'과정중시' 박항서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팔로우십'

박 감독 '과정 중시 리더십' '진정성 리더십' 돋보여
선수들은 묵묵히 따라주는 팔로우십으로 화답

사진=화면 캡처
리더십과 팔로우십. 한 조직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야 한다.

10년 만에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베트남 팀의 성공 뒤에는 박항서 감독의 과정 중시 리더십·진성성 리더십과 묵묵히 박 감독을 따라준 선수들의 팔로우십이 있었다.

◇ 과정 중시 리더십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이 준우승한 직후 박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박 감독은 연장전 끝에 우승을 놓치고 실망한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포옹하고 "우리는 베트남 축구의 전설이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다음 기회에 우승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

박 감독의 '과정 중시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다.

베트남은 승부에서 졌다. 그러나 박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패배'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좌절감을 드러내거나 선수들에게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았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과정에서는 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과정 중시형 지도자는 상대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선수의 실력이나 팀 플레이가 이전보다 향상됐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도전과 노력 정도를 성공과 실패의 기준으로 삼는다. 즉 '숙달 분위기' 형성을 중요시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박항서식 리더십이 선수들의 팔로우십을 낳았고, 이는 다시 베트남 팀 전력 향상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평소 숙달 분위기에서 훈련한 선수들은 경기 결과에 대한 불안감과 패배 시 충격이 덜해요. 또 노력과 도전, 기량 향상 정도로 평가받기 때문에 평소 훈련을 열심히 하고, 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뛰어요. 과정에 충실한 거죠. 이는 당연히 팀 전력 상승과 연결됩니다."

◇ 진정성 리더십(오센틱 리더십)

베트남 팀의 성공 과정에서 박 감독의 '진정성 리더십'(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 ship)도 돋보였다.

진정성 리더십은 스스로와 타인을 섬기는 리더십이다. 관계의 투명성과 공정성, 윤리성, 진실성, 소통과 격려가 바탕이 된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진정성 리더십을 몸소 보여줬다.

지난 15일 스즈키컵 우승 후 박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장. 흥에 취한 일부 선수들이 행사장에 난입해 박 감독에게 물을 뿌리고 책상을 두드렸다. 박 감독은 이런 선수들에게 아빠미소를 짓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스즈키컵 기간 중 허리부상을 당한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즈석을 양보하고,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병준 교수는 "박 감독은 모든 선수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팀과 관련된 사실이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 '선 멘탈-후 경기력' 철학 아래 선수들의 정서를 돌본다"며 "이러한 리더십은 전력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기록을 쌓아가는 베트남 팀을 만나 최고 시너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팔로우십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동양적, 유교적 전통이 많이 남아 있어요. 부모와 자녀의 관계 등 가족을 중시하죠. 선수들이 인간미 넘치는 박 감독을 아버지 또는 가족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든든하고 편안한 울타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도전정신이 발휘되고, 승리경험을 반복하면서 팀 응집력이 좋아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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