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국내 최초 여성홈리스 목소리 담은 영화 제작

종민협,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 열고 자체 제작 영화 '그녀들이 있다' 상영
김수목 감독 "여성 홈리스들이 더 당당히 나서주길"

"남자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잘랐다니까. 왜냐? 안 달려 들잖아. 머리 자르는 사람한테 확 쳐달라고 그랬어요. 남자처럼 보여야 하니까. 남자가 아니면 못사는 곳이에요."

홈리스 상태에서 몇 차례의 성적인 위협을 느낀 후, 남성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40대 여성홈리스 김모씨의 고백이다.

김씨처럼 길거리와 쪽방, 복지센터 등 불안정한 거처에서 생활하는 여성 홈리스들은 홈리스 상태에 처하게 된 사유가 남성홈리스들과는 확연히 다르고, 홈리스 상태에서도 상시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계가 이러한 여성홈리스들의 실태를 알리고, 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대책 마련을 위해 영화 제작과 배급에 힘을 모았다.


개신교와 원불교, 천주교와 조계종이 함께하는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이하 종민협)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을 열고, 종민협에서 자체 제작한 국내 최초의 여성홈리스 다큐멘터리영화 '그녀들이 있다'를 상영했다.

영화 '그녀들이 있다'는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여성 홈리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지난 1년여 간 거리와 쪽방, 보호시설 등에 거주하는 여성홈리스 12명을 취재해 제작한 작품이다.

지난 1998년부터 홈리스 관련 다큐를 제작해 온 다큐인에서 총 프로듀싱을 맡고, 여성 독립영화감독인 김수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진행된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 관객과의 대화 모습.

이번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에서는 영화 상영 후에 김수목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여성홈리스 당사자들이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수목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며 여성홈리스들이 다들 자신의 잘못과 의지와는 별개로 자신의 공간에서 떠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오히려 숨어 지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왜 그들이 자신을 드러내면 안 되는 사람처럼 있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화가 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우리 사회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살아있는 여성홈리스들이 자신의 일상을 더 당당한 모습으로 드러내고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 홈리스 김모씨는 "현재 취직을 위해 전산회계 관련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며, "다른 분들이 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영화 '그녀들이 있다' 외에도 종민협에서 자막을 제작해 배급하는 미국의 여성홈리스 다큐영화 '빨래방의 여왕 미미(원제:Queen Mimi)'가 상영됐다.

종민협에서는 내년부터 이 두 영화의 공동체 상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은 '2018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과 협력해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홈리스 추모주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특별전이 열린 17일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37만 가구에 달하는 홈리스들의 주거권 보장과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동기획단은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홈리스 추모주간 동안 서울역 광장에 홈리스 추모 공간인 '홈리스 기억의 계단'을 마련하고, 오는 21일에는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들을 추모하는 문화제와 행진을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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