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제출하면 '연활비' 지급...국회 '자판기법안' 실태

[숨겨진 적폐, 국회의원 '연구활동' 심층해부 ③]
'연활비' 10억원 확보 수단으로 전락한 법안 발의 실상

국회의원 연구단체 연구보고서

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연구단체 <미래성장경제정책포럼>은 2017년 활동실적으로 정책 연구 활동 실적 3건, 입법활동 5건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활동 보고서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글로벌화 시대에서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구조가 무엇인가에 대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연구의 주요 방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책연구 역시 국내 금융산업 및 지급결제 제도의 정책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미래성장포럼>이 활동 실적으로 제출한 법안 다섯 건. 단체의 연구방향. 정책연구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단체가 연구활동의 실적으로 제출한 법안 다섯 개 중 네 개는 아동복지 및 청소년 보호법 등 단체 성격과는 거리가 먼 법안이다.

나머지 한 개 역시 관광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으로 연구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연구단체를 회원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마치 연구단체의 정책 활동의 결과인 것처럼 부풀려 포장한 셈이다.

이 연구단체는 법안 발의 등 '실적'을 가지고 지난해 1632만원의 '연활비'를 타갔다.

한 현역 국회의원실 비서관은 "(사무처가) 연구단체의 대표 의원이 그 해 대표발의한 법안을 중점적으로 올리라고 하기 때문에, 다소 관련이 없는 법안이 활동 실적에 올라가는 상황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4대 국회에서 18개로 시작해 20대 국회에서 69개까지 늘어났다.

연구단체들이 실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은 연구단체 제출용 실적에 '정책연구보고서' 외에도 '법안제·개정 발의'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안 발의가 '연활비(연구활동비)'를 나태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연구단체들의 법안 발의 실적을 보면 바로 나타난다.

첫 연구활동이 시작된 1994년의 연구 실적은 총 136건 수준이었다. 이후 연구단체의 실적은 해마다 증가해 2017년에는 1747건을 기록했다. 양적으로 보면 1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에 비해 '법안제·개정 발의' 숫자는 1994년 2건에서 2017년 1037건으로 수백 배 늘어났다.

연활비 확보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한 때문인지 하지만 발의된 법안 대부분은 폐기된다. 연구활동 실적 보고용 법안의 말로인 것이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심사를 담당하는 A 교수는 "발의된 법안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량적인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가가 정책보고서 몇 점, 발의안 몇 개 이상 몇 점, 세미나 몇 명 이상 몇 점 방식의 평가라서 발의 법안이 많으면 활동을 많이 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심사위원인 B 교수는 "대부분 본인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종전에 냈던 발의를 조금만 바꿔 다시 내거나 통과 안 낸 법안을 제출한다"며 "그런 것 말고 진짜 연구를 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것을 발표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 현역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사무처가 정해준 정량적인 기준이 있고, 그에 맞춰 보좌진들이 주로 작성하다보니 아무래도 (보고서) 작성과정이 미흡할 수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미흡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국회 사무처에서도 연구활동의 질에 대해서는 어떠한 피드백도 주지 않는다"며 사무처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측은 "국회의원 법안 발의 실적과 성과 측정 문제는 예전부터 문제가 지적돼 온 만큼 다음 심사에는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중이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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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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