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韓, ILO 협약 비준 서두르라" FTA 분쟁해결절차 돌입

EU, 한국 정부가 FTA의 노동 관련 의무 다하지 않는다고 판단
ILO 핵심협약 비준 늦으면 무역 걸림돌 될 수도
한국노총 "국제적 망신…ILO 핵심협약 비준은 경영계와의 거래 대상 아냐"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절차에 돌입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EU 집행위원회가 한-EU FTA 상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 상의 분쟁 해결절차인 정부간 협의절차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EU FTA에서 문제가 되는 노동 관련 의무는 우선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근절, 고용상 차별금지 등을 담은 '1998년 ILO 기본권 선언의 원칙'을 국내 법·관행에서 존중·증진 및 실현하기로 한 부분이다.

또 ILO 핵심협약과 그 외 최신 협약 비준을 위해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도 한-EU FTA 노동 관련 의무인데, EU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EU는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을 한국과의 FTA에서 처음 포함시켰고, 이번 요청 역시 이 장을 근거로 한 첫 사례다.


EU는 한-EU FTA가 2009년 협상 타결 및 2011년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한 이래 한국을 상대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라고 요구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3년 5월 EU 자문단은 의견서를 발표해 한국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도록 유럽 의회와 집행위원회 차원의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올해에도 EU 집행위는 협정문 이행을 점검하는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진전이 없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또 이에 관한 상세 일정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가시적 진전이 없는 경우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만약 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지연되면 EU가 문제 제기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이에 따른 국가적 위상 실추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EU 의회가 지난해 5월 한-EU FTA 이행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양자간 관계의 심화에 앞서 분쟁해결절차 개시와 ILO 협약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와의 대화 등을 조건으로 촉구한 점을 감안하면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지연될 경우 양자간 무역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빠른 시일 내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조기에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그동안 한국정부는 노동계의 ILO 핵심협약비준 요구에 대해 시간끌기로 일관해 왔다"며 "노사정합의를 기다린다는 핑계를 대며, 비준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방기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ILO핵심협약 비준과 무관한 ILO 핵심협약비준 문제와 맞바꾸려는 재계의 시도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영계는 경사노위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에 동의하는 대가로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허용 △파업시 직장 점거 금지 △단협유효기간 4년 연장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EU의 분쟁해결절차 개시는 한국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경고로 국제적 망신"이라며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여전히 경사노위 사회적대화를 지원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조건으로 또 다시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지 말고 정부가 국제사회와 노동자에게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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