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3시25분 홍콩발 서울행 대한항공기의 예기치 않은 지연은 수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인과 홍콩인의 계획된 하기(下機=비행기에서 내리는 것)로 탑승한 비행기에서 내려 보안검사를 다시 받은 승객 360여명이었다.
이 승객들은 보안검사 때문에 1시간 지연출발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1시간을 잃고 말았다. 개중에는 서울에서 약속이 있거나 공식적인 미팅이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다른 중요한 일정에 지각해 돌이키기 어려운 2차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잃어버린 1시간을 보상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유는 아이돌을 본 뒤 얌체처럼 항공기에서 내린 몰개념 승객들을 벌줄 어떤 방법도 없었고 피해보상을 강제할 방안도 없기 때문이다.
당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승객의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한항공의 조사요구를 거부했다. 항공사가 얌체족들에게 할수 있었던 제재조치는 이들이 발권한 티켓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고작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7일 CBS와의 통화에서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비행기 이륙전 내린 중국인과 홍콩인에게 '티켓 환불수수료'와 '노쇼 패널티'를 차감한 금액을 환불해 줬다"며 "다음달 1일부터는 이륙 전 비행기에서 내린 이유를 공식적으로 소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 노쇼 패널티 약 20만원 가량을 추가로 부담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쇼 패널티는 단거리의 경우 25만원, 중거리는 27만원, 장거리는 32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제재의 효과가 미미하다. 그나마 항공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여기까지다.
이번 사건에서 항공사는 오히려 피해자다. 항공사 관계자는 "몰상식한 행동으로 대한항공 여객기도 홍콩 공항에서 1시간 지연체류해 '추가 주기료'가 발생했고 그외 공항 장비대여료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날 문제의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어디에다 대고 피해를 하소연할 방법조차 없다.
승객들의 시간적.물질적 피해보상은 고사하더라도 항공안전법 상, 누가보더라도 명백히 잘못인 이번 '이륙 전 하기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17일 "이번 같은 경우 승객이 악의적으로 하기를 했는데 현행 항공보안법 상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소송을 통해 보상받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승객들이 피해를 입은 시간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어렵고 수많은 지연출발에 대한 소송사례도 별로 없다. 대부분의 경우 항공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지연출발이 용인되는데 대부분 승객이 양해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얌체족들의 돌발행동이 더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평화당 소속 윤영일 의원이 악의적 하기를 방지하기 위한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10,25일)했기 때문이다.
윤영일 의원은 "최근 이륙하기 전 승객이 단순한 심경 변화, 과음, 분실물 확인 등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로인해 항공사와 다른 승객들에게 막대한 시간과 비용 손실이 발생하지만 제재여부에 대한 법규정이 없다"는 법안 발의이유를 설명했다.
법 개정안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사유시는 이를 입증할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이를 어기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몰염치한 행위가 국회의 입법작업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