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정규직 임금 올려주면 잠잠해진다?

[국회 정책연구보고서 검증③]
<비정규직 임금차별해소를 위한 연대임금정책 연구>
정규‧비정규직 갈등, 하는 일 비슷한데 임금차이 때문?
직장인·구직자, 근로환경 차별·고용 불안 꼽아
"정규·비정규직 갈등 임금차이로만 보면 안돼"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69개 '연구단체'가 활동중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활동'을 벌였다. 그 '연구활동'의 핵심 결과물이 바로 '정책연구보고서'다. 하지만 '정책연구보고서' 전량인 111개를 노컷뉴스가 국회로부터 어렵게 확보해 분석한 결과 엉터리 보고서가 많았다. 표절율이 50%가 넘는 보고서도 16건이나 됐다. 노컷뉴스는 그 가운데 5개 보고서를 샘플링해서 내용의 적정성 등을 검증해 봤다. [편집자주]

2017년에 제출된 국회의원 연구단체 보고서. (사진=노컷뉴스)
국회의원 연구단체 비정규직차별해소포럼은 2017년 12월 '비정규직 임금차별해소를 위한 연대임금정책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축소하기 위한 노사정의 해외 정책 사례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보고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은 하는 일은 비슷한데 임금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게 문제"라고 명시했다.

한 마디로 임금 차이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 11월 오후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보고서가 작성된 해인 2017년 7월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 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이유로 '복지․대우 등 정규직과의 차별'(50.4%, 복수응답 가능)이 1순위에 꼽혔다. 그 뒤로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다'(45.1%), '연봉이 너무 낮다'(41.5%)가 뒤를 이었다.

직장인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주된 갈등으로 임금의 차이보다는 차별에 따른 근로 환경과 불안한 고용형태를 꼽은 것이다.

구직자 또한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같은 해 6월 취업 활동을 하고 있는 구직자 13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무 시 우려되는 점으로 '불안한 고용형태'(598명, 43.7%)가 꼽혔다. 이어 '정규직과의 차별'(477명, 34.9%), '낮은 급여'(197명, 14.4%) 등이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환경이 정규직 근로자보다 열악하다는 건 정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급휴일, 연차유급휴가 등 유급휴가를 가진 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2017년 8월 기준 75.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31.7%에 불과했다.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 수치다.

상여금 수혜자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2007년 8월 기준 69.8%에서 2017년 8월 기준 86.2%로 늘어났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같은 기간 31.1%에서 39.1%로 올랐다. 수혜를 받은 정규직은 같은 기간 16.4% 올라간 반면, 비정규직은 8.0%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다시 말하면 임금에 대한 차이만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2013년에서 2016년사이에 크게 늘어났음에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소폭 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평균 근속기간 또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2016 KLI 비정규직 노동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2003년 68.3개월에서 2016년 88.6개월로 꾸준히 늘어났다.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 또한 2003년 20.5개월에서 2016년 29.0개월로 길어졌지만, 정규직과 비교하면 그 증가폭이 확연히 차이난다.

'근로형태별' 근속기간을 보더라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2016년 8월 기준 6개월 미만 근로하는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은 12.6%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은 43.5%에 달했다. 반대로 10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은 28.2%로 가장 많이 분포됐지만, 비정규직은 6.2%로 가장 낮았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갈등은 임금도 임금이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불안한 계약관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근속기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얼마나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제사무금융서비스노련(UNI) 최정식 한국협의회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독일 등 국제 노동계에서도 비자발적인 단 시간 노동이 늘어남에 따라 이로 인한 고용불안 또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금 차이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해결을 다루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작성자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모르겠다"며 "그동안 두 명의 비서진이 바뀌어서 구체적으로 누가 작성했는지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실은 취재진의 몇차례 추가 질문에도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인터넷 표절검사 사이트를 통해 해당 보고서의 표절 여부를 검사한 결과 표절률은 51%로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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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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