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장으로 베트남 선수들이 뛰어들어왔다. 선수들은 우승 후 기자회견 중인 박항서 감독에게 물을 뿌렸다. 이어 책상을 두드리며 우승 여운을 즐겼다. 그라운드 위나 라커룸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기자회견장에서 연출됐다.
박항서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환한 웃음으로 물을 닦은 뒤 다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선수들을 안아주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15일 스즈키컵 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두 달 이상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우승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서 "우승을 하기까지 노력해준 선수들, 코칭스태프 등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베트남 국민의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우승의 영광을 베트남 국민들에게 돌린다"면서 "감독 개인에게 사랑을 보내준 것도 너무 영광스럽다. 나를 사랑해준 만큼 대한민국도 사랑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항서 매직은 한국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우승을 확정한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은 공중파 생중계였을 정도.
박항서 감독은 "23세 이하(U-23) 아시아챔피언십,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즈키컵까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줘 감사드린다"면서 "축구 지도자라는 작은 역할이 대한민국과 베트남 우호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영광그럽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베트남으로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베트남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행복하게, 또 즐겁게 일하고 있다. 선수들과 생활할 때가 가장 즐겁다"면서 "오늘 일은 내 지도자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