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체코를 방문한 것을 두고 보수 언론에서 갖은 논리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체코를 방문해 바비쉬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뛰어난 원전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 사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원전 세일즈 외교를 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체코 대통령이 부재중인 사실을 알고도 방문했다며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자체를 폄하했다.
최근에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다녀온 대통령 전용기가 대북제재 대상에 올랐다며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중간 기착지로 청와대가 체코를 급하게 결정한 것도 전용기의 제재 적용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기 전에 중간 기착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들러 동포 간담회를 하는 방안도 추진하다가 뒤늦게 대통령이 부재중인 체코를 방문하기로 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런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에 다녀온 전용기의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CBS 취재결과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원전 세일즈 목적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원래 체코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 활동을 펼치려던 사람은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현재 체코에서는 원전 건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지난해 1000MW급 원전 1~2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논의했지만, 최종 결정은 미뤄진 상태다. 결론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 외에도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이 2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원전 건설 기술에 대한 체코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체코의 신규 원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얀 슈틀러 원전 특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 원전의 안전성이나 신뢰도가 매우 높아 감명 받았다. 한국 원전에 대한 우리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얀 피세르 전 총리도 지난 2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한수원의 원전 건설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며 "양국의 원전산업 협력이 확대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원전 건설 기술에 대한 체코의 평가가 좋지만 거대한 국익이 걸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해서는 정상이나 정상급 인사가 체코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하는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침 이 총리가 16일부터 아프리카 북서부 마그레브 3개국(모로코·알제리·튀니지) 순방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에 이틀 일찍 출발해 체코를 방문해 바비쉬 총리를 만나 원전 수주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바비쉬 총리가 참석하기로 하면서 이 총리의 체코 방문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기 힘들게 됐다.
이에 대통령 전용기의 급유를 위한 중간 기착지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이던 체코가 방문지로 꼽혔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아셈정상회의 당시 체코의 정상회담 요청을 들어주지 못했던 점도 고려된 것으로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1석 3조 방문인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라면서도 "이번 대통령의 방문으로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셈 정상회의 때 체코와의 양자회담이 우리측 사정으로 불발된 경험이 있어 무리해서라도 체코에 우리 원전을 홍보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