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청년이 홀로 일하다 숨진 사고와 관련해 원청과 하청이 사고를 은폐하고 엉터리로 조사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7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장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고 김용균씨의 부모와 평소 함께 일했던 동료가 나와 태안화력발전소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 "서부화력, 사고 시간 허위보고… 증거인멸에 거짓말까지"
13일 오후부터 현장을 둘러봤다는 관계자들은 서부발전이 사고를 신고한 시각을 엉터리로 보고하고 작업 중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전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가 났던 11일 오전 3시 23분에 김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3시 50분에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시간이 지난 4시 25분에나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중대 재해가 나면 무조건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데 사측이 그러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노조 측은 "사측이 정비 중이던 벨트를 재가동시켜 오전 5시 30분부터 작업을 시켰고, 6시 30분에는 김씨와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더러 시신을 꺼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용균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 A씨는 "이 장치는 정비 등을 할 때나 쓰기 때문에 우리는 건드리지도 않는다"며 "원래는 와이어가 팽팽하게 유지돼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느슨하게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서부발전이 관련 책임을 숨기기 위해 이 와이어를 사고 뒤 정비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국장은 "입수한 사진을 보면 평소에는 검은 탄이 묻어 전혀 빨갛지 않은 와이어가 축 늘어져 있는데, 현장에 가 보니 이 와이어가 원래대로 깨끗한 빨간 색에 팽팽하게 돼 있었다"며 "서부발전이 이런 식으로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좁고 어두운 곳, 컴컴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위험한 작업"
이들은 김용균씨가 "좁고 어두운 곳에서 5킬로미터가 넘는 구간의 작업을 혼자서 해야 했다"고도 성토했다.
A씨는 "시공상의 문제로 분탄이 많이 나오는데 누적되면 기계에 간섭돼서 회전이 안 된다"며 "서부발전에선 굳이 치우지 말라고 했다지만, 실제로는 파트장 등을 통해서 치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진공청소기 같은 설비가 들어왔지만 근본적으로는 분탄이 발생하는 걸 막아야 한다"며 "벨트 아래에 굉장히 많은 탄가루가 쌓여 있는데 그 설비로 빨아내기에는 택도 없었다"고 말했다.
◇ 김용균씨 부모 "이런 줄 알았으면 회사 보내지 않았을 것"
현장에 나온 김용균씨의 부모는 아들이 생전 일하던 작업장을 둘러보고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사고가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차라리 아들이 평생 놀고먹더라도 이런 곳에는 보내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며 "플래시를 켜야 앞이 겨우 뿌옇게 보이고 그 안에 머리를 집어넣어서 석탄을 꺼내야 한다더라"고 했다.
김씨는 "사고가 난 장소에서 동그랗게 말려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위력이 세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더라"며 "아들을 현장에서 본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머리는 이쪽에 몸체는 저쪽에, 등은 타서 벨트에 끼어 있었다고 하더라"며 통곡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혼자서 걷고 분탄을 치우면서 일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부 시설에서 이런 위험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일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해기씨는 "불쌍한 내 아들을 좀 살려달라, 다시는 이 세상에서 못 보게 되니 미치고 죽을 것 같다"며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구속수사해서 우리들의 한을 좀 풀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