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허가부터 준공 승인까지 건물에 어떤 설계 변경이 있었는 지 확인 할 수 있는 도면이 사라지면서 정밀 안전진단 이후 시공사와 행정당국의 책임 소재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은 1989년 7월 8일 건축 허가 승인이 났고, 1991년 10월 25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건물을 지을 때 50층 이상은 서울시, 49층 이하는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당시에는 10층 이하는 구청, 11층 이상은 시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당시 건물 소유주가 서울시에 제출한 허가도면과 준공도면 등 대종빌딩의 설계도면이 보존 기간 10년이 지나 모두 폐기처분 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종빌딩은 준공 27년이 된 건물인데 도면 보존기간이 10년이라 시에도 도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시에서 보관하다 강남구에 관리 이관을 했는지도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세움터' 전산망에 전국의 모든 허가 도면을 입력해 관리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관할 관청에서 원본을 모두 관리했다"며 "15층 건물 정도 되면 청사진도면 기준으로 1톤 트럭 3분의 1정도 분량이 들어오는데, 이게 감당이 안 되니까 보존기간을 10년으로 해서 기간 지나면 폐기처분 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도 도면을 찾고 있지만 대종빌딩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인 도면 외에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이 도면이 허가도면인지 준공도면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강남구는 이 도면이 준공도면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만 할뿐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우리도 도면을 찾고 있지만 아직 원본은 찾을 수 없었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도면이 준공도면과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 관계나 규모는 정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도면이 사라진 상태라 부실시공이 확인되더라도 시공사나 시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 허가부터 준공 허가까지 이뤄졌을 수 있는 설계변경 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최근 긴급 안전점검을 벌여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인 도면과 실제 시공이 다르게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도면에는 지하 7층부터 지상 1층까지 원형 기둥을, 2층 이상은 사각 기둥을 세운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지상 2층 기둥도 원형으로 시공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면이랑 실제 시공이란 다른 부분이 많아 설계변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허가도면과 준공도면 모두 없어 정확히 어떤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며 "보상 문제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남구는 16일까지 대종빌딩 지하 7층~지상 4층 기둥 주변에 버팀지지대를 설치한 뒤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종빌딩은 지난 11일 긴급안전진단에서 '붕괴위험'이 있는 'E' 등급으로 판정됐다. 불과 9개월 전인 올해 3월 강남구가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는 최상인 'A' 등급을 받았다. 대종빌딩은 13일 0시부터 전면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