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뒤늦은 후회…"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특활비 상납' 관여 이재만·안봉근·정호성 항소심 결심 공판
검찰, 징역 4∼5년 구형… "국정원을 권력자 사적 기관으로 전락"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14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제 잘못을 하루하루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제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그 일(특활비 전달)이 총무비서관으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 이렇게까지 크게 문제가 될 줄 몰랐던 게 정말 후회스럽고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도 "지난 2년여 동안 일련의 많은 일을 겪으면서 지난 공직 생활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일들이 많았다"고 후회했다.

정 전 비서관은 "나름 사명감을 갖고 깨끗하게 공직 생활을 하고자 노력했지만, 본의 아니게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정당하게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대통령을 모시면서 심부름할 때나 지시 사항을 수행할 때 그것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지 빨리 처리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며 "지금 와 생각하니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처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모시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한 번의 잘못된 생각으로 모든 게 물거품 된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국민 여러분과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죄송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2016년 9월 국정원장들에게서 특활비 35억원을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는 상관없이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에게서 1천35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 안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천700만원, 정 전 비서관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이들 3명에게 1심 때처럼 각각 징역 4∼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이 "국정원을 권력자를 위한 사적 기관으로 전락시키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방치·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적용 법 조항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최근 남재준 전 원장 등의 항소심 재판부가 국정원장은 회계 관계 직원이 아니라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가 아닌 횡령 혐의를 적용해 감형하자 가중처벌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4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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