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연동형' 주장에 한국당 '개헌' 맞불…갈수록 첩첩산중

나경원 "연동형비례제는 권력구조와 관련…개헌과 논의한다면 검토하겠다"
대통령 개헌안 무산된 민주당으로선 받기 힘든 제안
당대표 단식중인 야3당은 "선거제 개혁 하지 말잔 얘기" 분노
손학규·이정미 단식 10일째지만 해법 마련 기미 전혀 없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단식농성 중인 야(野) 3당 달래기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이 개헌을 연계 카드로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지금 같이 평행선만 달린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4일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대통령 권력구조와 관련돼 있어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헌과 함께 논의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폭탄 돌리기처럼 하지 말고 정식으로 의원 정수를 얼마로 늘릴지 개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를 설득한다면서도 전화 한 통도 없는데 본인들이 하기 싫으면서 공을 한국당에 던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전임인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 대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로, 농어촌 지역의 소선거구제로 투표를 하는 도농복합형 선거제도를 당내 일각에서 주장했을 뿐 연동형비례대표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

이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예산안 처리 때 한국당과 손을 잡았던 민주당을 향해 "한국당을 설득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수용하도록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지난 13일 한국당을 향해 "주말(16일)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개헌과 함께 처리 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선거제도만 놓고도 각당의 셈법이 달라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판에 개헌까지 맞물려 논의하자면 하세월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헌까지 논의 대상이 확대되면 청와대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점을 이용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재 권력구조에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연결지은 것을 읽힌다.

다당제를 잉태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를 시행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다.

개헌 논의는 이미 청와대와 여야가 서로의 주장만 펴다가 무산된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당 개헌안으로 삼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제를 원한다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권력구조로 현재와 같은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임기만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당시 권력구조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다가 6월 지방선거와 개헌안의 동시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한국당을 맹비난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나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1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9일째를 이어가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야3당이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단식 중인 야 3당은 한국당의 전략이 선거제도 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헌을 전제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하자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 시한인 내년 4월 전에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 위원장이 한국당에 제시한 시한은 16일이지만 한국당이 주말까지 의원총회를 소집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극적인 입장 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단식이 10일차로 접어든 상황임에도 5당간 이견 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논의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해법 모색도 더욱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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