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청년의 동료들은 회사가 책임규명보다 사고은폐에 급급한 배경에는 이런 계약이 족쇄가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 상대자(하청)의 귀책으로 발전 지장을 초래하였을 경우에는 아래 내용에 따라 산출한 지체상금(지연 배상금) 및 벌과금을 계약일반조건에 준하여 발주자(원청)에게 납부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보상액은 가동중단시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나고, 용수·전기·연료 등 복구 과정에 드는 유지비용도 모두 하청업체가 부담하게 돼 있었다. 다른 업체에 안전진단을 받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새벽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소속 김용균(24)씨 동료들은 이 계약의 부담이 결국 발전소에서 산업재해 축소·은폐가 일상화되는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발전소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이태성씨는 "중대 사고가 나도 원청은 산재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고 외려 감면 보상금까지 받는다"며 "사고가 은폐되는 구조에는 이런 전형적인 갑질이 있다"고 성토했다.
다만 한국발전기술 관계자는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불합리한 지시를 내린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복수의 노조 관계자는 "임원들이 노조를 찾아와 '회사도 자칫 문 닫게 생겼고 청년의 경우 산재 보상금도 얼마 나오지 않을 것 아니냐'고 했다"며 "회사가 도의적 책임을 지는 선에서 합의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전했다.
원청과 하청업체 답변은 엇갈렸다.
서부발전 측은 "저희는 모르겠고 하청업체에서 합의하려고 한다고 듣긴 했다"고 밝혔고, 한국발전기술 측은 "합의는 아직 내부 검토중이다. 조의를 표하러 갔던 게 와전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1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과 태안에서 열린 추모제에서는 비정규직 안전업무 직원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를 하루빨리 멈추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