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 때문입니다.
사법부 신뢰가 바닥을 친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지난달 27일 벌어졌죠.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70대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의 개혁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사법행정회의에 대부분 내놓으면서 감시‧감독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사법행정회의에서 법원 외부 인사들이 판사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도 박수 받을 만 해 보이구요.
다만 김명수 대법원이 발표한 자체 개혁안에 특별재판부 구성과 사법농단 연루 의혹 판사들에 대한 탄핵 여론이 왜 불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재판을 하는 판사를 믿지 못하겠고, 그 판결문도 믿지 못하겠다는 게 사법부 불신의 뿌리인데 자체 개혁안에는 당장의 법원 인적쇄신 방안이 없어 보이는 탓입니다.
물론 대법원은 개혁안과 별도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의정부지법과 대구지법에서 시범실시하고, 사법농단 연루 의혹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나름의 인적쇄신을 꾀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 법원장을 임명하고 최대 정직 1년에 불과한 징계만으로 국민적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신뢰는 유리와 같아서 한 번 금이 가면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리에 금이 갔다면 통으로 바꿔야지 땜질 처방만 했다가는 산산조각 날 수도 있는데요.
우리 사회의 '정의'를 담당하는 사법부가 신뢰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에 뼈아픈 일로 기록될 것입니다. 적당한 땜질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르겠죠.
2020년 총선을 앞둔 국회는 사실상 내년부터 '선거모드'에 돌입합니다. 대법원 자체 개혁안도, 특별재판부 구성도, 판사탄핵도 모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특별재판부 구성과 판사탄핵에 대한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법안처리는 불투명합니다.
인적쇄신을 통한 사법부 신뢰회복. 기회의 시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김 대법원장이 답을 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