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DH 이도류?' 양의지는 강민호와 다를까

'내년에는 나도 이도류?' NC와 4년 125억 원에 계약한 양의지는 두산에서 리그 최고의 포수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어지간한 팀의 4번 타자 못지 않은 타격 솜씨도 뽐냈다. NC는 양의지의 지명타자 활용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사진=두산)
최근 비슷한 시기에 FA(자유계약선수)와 외국인 타자를 동시에 영입한 NC. 올해 FA 최대어인 양의지(31)와 메이저리거 출신 크리스티안 베탄코트(27)다.

NC는 지난 11일 양의지와 4년 125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2일 베탄코트도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올해 최하위로 처졌던 NC의 내년 도약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다.

양의지는 자타공인의 리그 최고 포수다. 전 소속팀 두산에서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영리한 볼 배합과 도루 저지 능력은 물론 빼어난 타격 솜씨까지 겸비했다. 올해 도루 저지율 1위(3할7푼8리)에 타율(3할5푼8리)과 출루율(4할2푼7리) 2위, 여기에 23홈런 77타점 84득점을 기록했다.

때문에 NC는 양의지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수뿐 아니라 지명타자로도 양의지를 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동욱 NC 감독도 이런 구상을 드러냈다.

베탄코트의 영입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에서 베탄코트는 투수와 외야수로도 뛰었지만 포수 마스크도 썼다. 올해 밀워키 산하 트리플A에서 104경기를 뛴 베탄코트는 대부분 포수로 출전했다. 시즌 타율 2할9푼7리 20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김종문 NC 단장은 "베탄코트 영입은 우선 타격이 기준이었다"면서도 "그러나 포수로 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실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도 활약한 NC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사진=게티이미지/노컷뉴스)
베탄코트가 KBO 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포수 출전이 가능해지면 양의지의 '이도류'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양의지가 전 경기를 포수로 뛰기에는 체력적으로 버거운 만큼 베탄코트가 짐을 덜어줄 수 있다. 물론 정범모, 김형준 등 NC에는 다른 포수도 있어 양의지의 지명타자 출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런 도전은 NC에 앞서 올해 삼성이 시도한 바 있다. 역시 공수겸장 포수인 강민호(33)에 대해서다. 예전 홍성흔(현 샌디에이고 코치)도 포수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지명타자로도 대성한 경우가 있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까지 롯데에서 뛰다 4년 80억 원에 '사자 군단'에 합류했다. 삼성은 당시 이승엽의 은퇴로 약해진 지명타자 자리에 강민호를 활용할 뜻을 드러냈다. 김한수 감독은 "20홈런 이상은 치는 타자기 때문에 5번 지명타자로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강민호는 롯데 시절 2015년 포수로 뛰면서도 타율 3할1푼1리 35홈런 86타점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강민호는 올해 다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129경기 타율 2할6푼9리 22홈런 71타점을 올렸다. 물론 포수로 수비 부담이 크다고 하지만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강민호는 지난해 130경기 타율 2할8푼5리 22홈런 68타점, 2016년 타율 3할2푼3리 20홈런 72타점을 올렸다. 홈런, 타점은 비슷했지만 올해는 타율이 낮았고, 특히 득점권 타율이 2할2푼5리였다.

무엇보다 삼성이 기대한 지명타자 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강민호는 올해 지명타자로 출전해 타율 2할(40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에 그쳤다. 포수로는 타율 2할7푼7리(376타수 104안타) 21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550(지명타자)과 0.817(포수)로 차이가 꽤 났다.

'지명타자보단 포수' 삼성 강민호는 올해 포수는 물론 지명타자로도 활약이 기대됐지만 살짝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사진=삼성)
양의지도 포수로 출전했을 때 성적이 좋았다. 올해 지명타자로 출전해 타율 3할4리(46타수 14안타) 2홈런 6타점을 올린 양의지는 포수로는 타율 3할6푼4리(387타수 141안타) 21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지명타자로도 나쁘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썼을 때 타격이 더 뛰어났다. OPS 역시 0.838과 1.034로 포수일 때가 나았다.

사실 선수들은 수비를 겸했을 때 타석에서도 좋은 컨디션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지명타자는 팀 수비 때는 벤치에 있어 몸이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전드 이승엽 역시 "1루수보다는 지명타자일 때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강민호, 양의지도 마찬가지일 터. 강민호는 그래서인지 삼성 입단식 당시 "지명타자보다 포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표본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명타자 성적이 낮아보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지명타자가 낯선 환경인 만큼 상대적으로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터. 만약 출전이 늘어 익숙해진다면 타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성적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도류'를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어간 오타네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들 수 있다.

역대 FA 2위 몸값에 데려온 양의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NC. 과연 내년 양의지의 '이도류' 도전이 이뤄질지, 또 얼마나 성공할지 KBO 리그를 지켜보는 또 다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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