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자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어떻게 봤을까?

아마존 재팬에 남겨진 리뷰로 본 일본 독자들 반응

일어판 <82년생 김지영>.
국내에서 100만 부를 돌파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지난 8일 출간한 이 책은 이틀 만에 아마존 재팬 아시아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 소설이 일본에서 이토록 빠른 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나흘이 지난 오늘(13일)까지도 1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어 판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 치쿠마 쇼보는 이미 2쇄를 결정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왜 이토록 일본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또한 책을 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아마존 재팬에 남겨진 별점과 리뷰를 살펴봤다.


기사를 작성 중인 현재(12일 16시 기준) 별점은 약 3개 반이며, 23명이 별점 부여에 참여했다. (추가 : 13일 0시에는 24명이 참여, 별점은 여전히 3개 반.) 세부적으로 보면 별점이 크게 5개와 1개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극과 극이다. 24명 중 별 5개를 준 네티즌이 58%, 별 4개가 4%, 별 1개가 38%이다. (13일 0시 기준)

일어판 <82년생 김지영> 별점. (아마존 재팬 캡처)
별점 5개를 부여한 ID 'morimasaki'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이 부럽다"고 밝혔다. 이어 "<82년생 김지영>에는 많은 여성이 일상적으로 직면한 상황에 부딪혀 감각이 마비되었고 그것이 일반화가 되어 버릴 정도로 절망적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小河'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최근 여성의 고민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슬픈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만큼 과거와 현대를 둘러싼 여성의 고민을 안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ID 'KOUYO'는 "이 책은 남성을 매도하는 내용이 아니다. 또 완전한 페미니즘 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읽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솟을 만큼 작가의 세뇌적 표현이나 일반화도 없다. 작은 차별과 사회의 불합리함이 공감된다. 여자라면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별점이 하나인 리뷰들은 이 책이 남녀 간 대립을 부추긴다고 밝힌다. ID '森山あすか'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등 복합적인 문제를 매우 단순한 통념에서 일반화한 책이다"면서 "의적으로 남녀의 대립 관계를 심화하려는 게 보인다"고 리뷰를 남겼다.

또 'ゴミ小説'은 "여성을 매우 불쌍한 존재로 그리면서 남성은 매우 사악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리뷰도 눈에 띈다. 이들은 별점을 하나만 주고 혹평을 남겼다.

ID 'SEO'는 "일본인 여러분께 한국인과 사죄드린다. 이런 화장지도 안 되는 책을 일본에 판매하다니"라며 "하지만 이 책의 좋은 점은 읽어본 적 있다는 여자는 피하면 삶을 구한다는 의미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평은 몇 달 전 <82년생 김지영>을 봤다고 밝혔다가 남성 팬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던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을 연상시킨다. 배우 정유미도 영화화되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심지어 그의 출연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반대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아한 점은 이런 비판이 여성 연예인들에게만 국한된다는 점이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은 인터넷 방송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밝혔고, 방송인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이 책을 읽는 모습이 나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비난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다른 한국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한 평에는 "한국인으로서 죄송하다. 하지만 나도 당신들(일본) 때문에 오타쿠가 돼 버렸다"며 "이것(책이 일본어로 출간된 것)은 복수이다. 받아라 페미빔"(ID : Amazon カスタマー)이라고 했다.

리뷰라는 게 개인의 호불호를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것이기에, 어떠한 혹평을 남겼다고 해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이 싫고 잘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긴 일부 한국 남성들의 일본어 리뷰는, 바람과 달리 오히려 이 책을 뜨겁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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