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부터 김가희까지…편견 깬 女영화인들 '말말말'

'미쓰백' 한지민 "여성들 많은 현장 자주 만날 수 있길"
'박화영' 김가희 "전대미문 여성캐릭터 두렵지만 감사"

배우 한지민.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2018년 한 해를 빛낸 여성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19회 째를 맞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는 배우 한지민·김가희를 비롯해 수상자 전원이 참석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12일 서울 명동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는 '미쓰백' 배우 한지민이 연기상을 '박화영' 배우 김가희가 신인연기상을 탔다. '탐정: 리턴즈' 이언희 감독은 감독상을 '소공녀' 전고운 감독은 각본상을 각각 수상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공동정범' '두 개의 문' 김일란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밖에 기술상에 '공작' '리틀포레스트' '1987' 최은아 음향감독, 다큐멘터리상에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 제작자상에 '살아남은 아이' 제정주 PD, 홍보마케팅상에 '암수살인' '공작' '1987' 앤드크레딧이 선정됐다.

한지민은 '미쓰백'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전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백상아를 연기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아동학대 현실을 담아낸 이 영화에서 백상아는 세상에 내몰린 아이 지은을 만나 서로 연대하며 성장해 나간다.

기존 이미지와 다른 거친 질감의 연기는 한지민에게 도전이었지만 배우로서의 역량을 증명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장을 열었다.

한지민은 "'미쓰백'을 연기하는 내내 영화가 갖고 있는 진심을 무조건 잘 전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는데 얼마나 운이 좋은 배우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인 영화가 적으니 이런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라고 눈물을 내비쳤다.


이어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많은 여성 스태프분들과 작업을 하면서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과 함께 이 상을 나누고 싶고 그런 현장이 보기 드문 현장이 아니라 자주 만날 수 있는 현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 영화들이 다양성을 갖고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저 역시 배우로 작품 안에서 묵묵히 연기하겠다"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영화 '박화영'의 배우 김가희.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신인연기상 김가희는 영화 '박화영'에서 10대 가출청소년들의 엄마 역을 자처하는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 박화영 역을 연기했다. 거친 욕설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소외된 10대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소화해냈다.

김가희는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를 뽑는다는 공고를 봤을 때 모든 신인들이 탐내면서도 두려워했었다. 감사하게도 제가 하게 돼서 걱정부터 앞섰지만 많은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박화영이 돋보일 수 있었다"면서 "너무 도전적이고 위험했던 캐릭터였지만 이 캐릭터를 위해 함께 손잡고 달려주신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과 그 식구들, 제게 모질었지만 결국 박화영을 위한 것이었던 이환 감독님 모두 감사하다"라고 주변에 공을 돌렸다.

감독상의 '탐정: 리턴즈' 이언희 감독은 지난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코믹·액션 장르에 도전하면서 여성 감독에게는 장르적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깼다.

이언희 감독은 "'미씽: 사라진 여자' 개봉하고 그 다음해에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다. 버스를 탔을 때 엄지원 배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정말 '탐정'을 하게 됐냐고 물으면서 엄청 신기해 하셨다. 그냥 제가 '탐정'이라는 영화로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는 것에서 다들 그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짧지만 굵은 소감을 남겼다.

각본상 '소공녀' 전고운 감독은 영화를 통해 청년이 가진 주거문제를 꼬집으면서 주체적인 현대판 소공녀 캐릭터 미소를 만들어냈다.

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걸 싫어하는데 각본상을 주셔서 양심에 찔린다. 좀 더 분발하고 노력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내겠다. 여성 영화인 수상자들과 이 자리에서 함께 상 받는 것이 진심으로 영광스럽다. 모두 너무 수고하셨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올해 여성영화인상의 주인공 김일란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으로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용산참사 실태를 알렸다. 김 감독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부조리한 사회상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다.

그는 "작품에 대한 상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으로 살아온 삶과 시간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현장에서 끈질기게 오래 보자는 그런 의미로 알겠다. 여성영화인모임을 유지해주신 많은 선생님들과 이사님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리고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주신 변영주 감독님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달 후면 용산참사 10주기다. 아직도 진상규명이 되고 있지 않은데 이 상을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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