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오영식 물러나면 끝? 20년 ‘철도 적폐’는 어쩌고”

문제가 산더민데 사장 공백..아쉬움
낙하산 인사? 여야 서로 헐뜯는 것
시설공단-코레일 상하분리에도 원인
국토부, 컨트롤타워 역량 있는가?
안전 최고가치라며 실제론 도외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흥수(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우리가 TV 리모컨에 건전지 하나 끼울 때도 음극, 양극 다 확인하고 끼우는데 하물며 선로 전환기와 경고 장치의 케이블이 거꾸로 연결돼 있었다. 그것도 설계 단계부터 그랬다. 이 어처구니없는 KTX 강릉선 탈선 원인을 보고요. 결국 어제 코레일 오영식 사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습니다. 3선 의원 출신입니다. 사고 초기에 '날씨가 추워서 탈선한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했다가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죠. 고질병, 낙하산 인사 문제를 또 지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낙하산 인사만 문제였는가? 아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짚어보죠. 현직 철도 기관사세요. 사회공공연구원의 박흥수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흥수 위원님, 안녕하세요?

◆ 박흥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탈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영식 사장, 사의 표명했습니다. 사퇴를 빨리했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흥수> 오영식 사장이 사퇴를 표명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요. 지금 한국 철도는 많은 문제점들이 쌓여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철도공사 사장의 공백 사태가 일어난 점은 아쉬움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책임을 다 지고 수습 다 하고 물러나시는 게 낫지 않았느냐. 그 말씀이세요?

◆ 박흥수> 그 산적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도 컨트롤하고 책임을 졌어도 바람직하지 않았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죠.

◇ 김현정> 그런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오는군요. 우선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오영식 사장도 보면 정치 전략통으로 통하던 3선 의원 출신이에요. 한마디로 낙하산이었는데.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게 새삼스럽지 않아요. 코레일 사장, 늘 이런 식 아니었습니까?

◆ 박흥수> 그렇죠. 그 낙하산 문제를 지적하시는 정치인들도 꽤 많으신데요. 과거 그분들이 집권했을 때도 또 지금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으면 진정성을 이해하고 싶은데 사실 지금 야당이 집권했을 때는 더했거든요. 그래서 분명 전문가가 식견을 살려서 철도 발전을 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사회적으로 구현할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건데 이런 사람은 내부가 됐든 외부가 됐든 충분한 검증을 통해서 철도의 문제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가. 단순히 낙하산이다, 아니다라고 하는 건 계속 집권당이 공수 교대만 바꿔서 서로 헐뜯는, 야당과 여당이. 이런 상황만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철도에 대한 어떤 전문 지식 없어도,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몰라도 공기업에 대한 철학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 박흥수>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는 한데요. 내부의 전문가라고 해서 임용됐던 사장도 과거에 사실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시켰던 적도 있고요.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철도의 전문적 식견을 가진 분이 공기업의 철학과 이념을 겸비하고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굉장히 바람직하고.

◇ 김현정> 가장 이상적이고.

◆ 박흥수> 가장 이상적인데. 그동안 공기업 인사 과정에서 철도공사뿐만 아니라 치열하게 찾으려고 했던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오영식 사장은 그만뒀습니다. 그러면 새 사장을 그렇게 잘 뽑으면 되는가. 그 이상적인 인물을 치열하게 뽑으면 되는가. 그것만도 아니다. 이런 얘기가 또 내부에서 나와요. 그건 무슨 말이죠?

◆ 박흥수> 이번 사고만을 봐도 이것이 단순히 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 사장의 어떤 독단과 전횡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사퇴는 당연한데요. 그런데 이건 사장이 누가 되든지 간에 누적된 잠재적 문제에서 발생한 건데요. 그것 중에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시설과 운영이 분리돼 있습니다.

◇ 김현정> 시설과 운영의 분리라 함은, 철도를 만드는 곳 따로 있고 운영하는 곳 따로 있고.

◆ 박흥수> 그렇죠. 그래서 납품하듯이 건설해서 운영 기관한테 맡기고 그다음부터는 너희 책임이다라고 하는데 이러다 보면 결국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거죠.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하고 달라서 시설. 그러니까 교통로하고 그 위에 달린 열차가 거의 하나의 통일된 결합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철도 전문가들은 이 특수성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 김현정> 하기는 자동차는 일단 만들어놓고 나면 도로 여기저기 마음껏 달릴 수 있지만 철도는 선로 따라서밖에는 못 다니는 거니까요.

◆ 박흥수>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납품하고 넘기다 보니까 결국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만드는 곳은 철도시설공단이고 운영하는 곳, 관리의 책임, 운영의 책임은 코레일에 있고 이렇게 이원화가 돼 있는 거죠? 전혀 다른 회사예요, 두 회사는.

◆ 박흥수> 두 회사가 전혀 다른 회사고요. 또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상호 충돌하게 만들어놨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박흥수> 철도시설공단은 수입 구조가 어떻게 되냐면 철도공사에게 선로를 제공하고 철도공사는 그 선로 사용료를, 시설 사용료를 철도공단에 냅니다. 그러면 철도공사는 선로 사용료가 너무 부담이 크다라고 대립하고 또 시설공단은 선로 사용료가 적다고 또 얘기하고요. 또 그런 과정에서 철도공사는 운영자 입장에서 선로가 이렇게 시공되거나 역사가 이렇게 건설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시설공단은 원가 절감이라든지 이런 방식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건설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사건건 충돌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사고라든지 과거에 SRT가 개통됐을 때 수서고속철도 개통됐을 때 열차 흔들림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랬을 때 시설공단은 이 차량의 문제다라고 얘기를 하고 철도공사는 시설공단의 선로 문제다. 결국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게 이번에 강릉선 사고에서도 시공의 문제다, 관리의 문제다. 이렇게 싸우게 되거든요.

◇ 김현정> 싸우다 보면 이번처럼 사건이 커져서 모두가 관심 가질 때는 어떻게든지 책임 소재를 끝까지 확실히 하겠지만 조그마한 사고일 경우에는 다 그냥 서로 떠넘기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군요?


◆ 박흥수> 예. 그리고 국토부도 그런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되는데 그 싸움이 대중의 눈에서 멀어지게 되면 또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됐던 거죠.

◇ 김현정> 사실 원래 한몸이었던 회사를 2004년입니까, 2005년입니까? 그때 갈라놓은 거잖아요. 그때 이유는 있었어요. 지금 사사건건 충돌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게 또 좋은 쪽으로 긍정적으로 보자면 서로 견제하면서 방만 운영하지 말라라는 좋은 장점도 있는데 이게 단점이 더 부각되는 쪽으로 가는 거군요.

◆ 박흥수> 원래 분리했던 이유는 워낙 철도 운영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드니까 시설 부분에 대한 부담을 운영자가 지지 않게 하겠다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사실 그렇게 분리한 명분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 정책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던 거죠. 왜냐하면 시설 부분과 운영 부분을 분리하고 그 운영 회사에 민간 회사들을 도입시키려면 시설과 운영이라는 상하 분리 정책을 반드시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제 현실적으로 드러난 면은 시설공단과 철도공사의 끊임없는 갈등 구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컨트롤타워의 부재, 정책 부재가 켜켜이 쌓여진 거죠.

◇ 김현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국토부가 잘해냈으면 됐는데 잘 못했어요?

◆ 박흥수> 그 컨트롤타워를 할 수 있는 국토부의 역량이 사실상 제가 볼 때는 없다고 봅니다. 일례로 제가 과거에 한번 신임 철도국장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던 적이 있는데, 오래전에요. 몇 년 전에. 그 당시 신임 철도국장은 오랫동안 재정국에 있다가 왔다고 해요.

◇ 김현정> 돈 만지던 분이에요.

(사진=자료사진)
◆ 박흥수> 그런데 여러 군데 부서를 전전하다 승진 TO가 철도국장 자리가 나면 그 자리로 누구라도 올 수 있는 거죠. 사실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사장을 얘기하지만 국토부의 철도 정책을 담당하는 것도 그 못지않을 정도로 실제로 그런 분들이 또 몇 달 있다가 수십 년 철도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철도가 어떤지 훈시도 하고 철도 정책이 이렇게 된다고 이런 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어떤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 속에서 국토부는 끊임없이 철도 정책에 대한 모든 전권을 맡기고 주도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더 정밀한 분석과 어떤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입안하거나 아니면 국토부 내에서 그런 것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든지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 철도 정책은 계속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지금 상하 분리에 대한 이야기, 시설과 운영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짚어주셨고 그다음에 사장 낙하산도 문제지만 공무원들의 순환 보직, 전문성 떨어지는 공무원의 문제도 지적해 주셨는데 외국은 어때요?

◆ 박흥수> 예를 들면 독일 같은 경우는 철도공사 산하에 여객 열차 파트 또 화물 열차 파트, 그리고 시설 파트 해가지고 한 회사가 총괄하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독일철도공사의 책임이지 독일철도시설공단과 독일철도공사 이런 구조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상하 분리했다가 문제가 많이 발생하니까 아예 대통합을 해서 단일한 일원화된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 김현정> 시설과 운영, 관리 감독이 왜 한몸이어야 되는지. 이게 분리됐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지금 전문가를 통해서 우리가 이해를 했는데요. 인력부족 얘기도 나오던데. 그러니까 지금 이번 열차 같은 경우에 승객이 198명이었는데 사고 열차 내에 근무하고 있던 승무원은 단 2명이었습니다.

◆ 박흥수> 그중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분은 딱 1명이었는데요.

◇ 김현정> 그럼 다른 1명은 안전 책무가 아예 없는 승무원이에요? 그 2명 중에 그나마 1명은?

◆ 박흥수>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조가 어떻게 보면 참 낯뜨거운 일인데요. 그동안 효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인력 감축이다 해서 그나마 1명 있는 승무원을 서비스 담당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코레일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과거에 여승무원 해직 사태에서 나타났던 어떤 불법 파견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승무원은 안전을 책임지지 마라 결정이 났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이렇게 하나하나 짚다 보면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결국 이걸 한마디로 줄이자면 돈 문제, 그러니까 수익 문제. 이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 박흥수> 지난 20년 동안 철도에 가장 크게 부여된 화두, 최고의 가치는 수익과 적자 탈출이었는데요. 그것이 정말 운영을 잘하고 이용률을 높여서 얻는 효과가 아니라 마른 수건 쥐어짜기라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컸는데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라고 언제나 이렇게 말로는 표상되지만 실제로는 챙기지 못했던 우리 한국 사회의 한 안타까운 단면을 철도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한참 문제가 됐었어요. 물론 이건 안 됩니다. 이건 없어져야 하지만 그걸 없애겠다고 해서 오히려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을 어떻게 잘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살을 깎는 방식, 안전이란 치명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는 방식으로 경영 문제를 해결했다는 거.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 박흥수>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을 듣겠습니다. 위원님 고맙습니다.

◆ 박흥수> 고맙습니다.

◇ 김현정> 사회공공연구원 박흥수 객원위원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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