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11일 양의지와 계약금 60억 원, 총 연봉 65억 원 등 125억 원에 4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보장액이다.
해외 유턴파 이대호(롯데)의 4년 150억 원을 빼고 순수 국내파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지난 시즌 뒤 역시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LG)의 4년 115억 원도 넘은 금액이다.
그만큼 대형 계약이다. 물론 양의지는 공수를 겸비한 최고 포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4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진출과 2번의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빼어난 투수 리드와 도루 저지 등 수비와 올해 타율 2위(3할5푼8리)의 공격력까지 매력적인 선수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최근 FA 몸값 안정화를 부르짖었던 각 구단들의 의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놀랄 만한 계약이기도 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올해 스토브리그 개장에 앞서 FA 상한제와 등급제, 계약급 비율 등에 관한 FA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FA 몸값 폭등을 막기 위해 4년 총액 80억 원으로 묶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물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로 시행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선수협은 FA 상한액 제도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KBO는 이사회에서 FA 제도 개편안 논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한 방에 여지없이 깨졌다. 양의지가 125억 원의 잭팟을 터뜨리면서다. 전조는 있었다. 올해 KS 우승팀 SK가 최정과 6년 106억 원, 이재원과 4년 69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것. 물론 4년 80억 원, 산술적으로 연 평균 20억 원 이상 계약은 아니었고, 우승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지만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이런 가운데 NC와 양의지가 거액을 터뜨린 것이다.
물론 NC만 비난하기는 어렵다. 서울 연고 구단들과 생활 환경이 다른 지방 구단으로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실탄으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산 역시 양의지에게 4년 총액 120억 원 수준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특급 선수의 마음을 잡으려면 4년 80억 원 기준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러니 올해 무산된 FA 상한제가 내년에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선수협의 반발이 극심할 것이 예상되는 데다 양의지의 4년 125억 원 계약을 본 예비 FA들이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FA 제도 개편안을 받아들일 리 만무한 까닭이다.
내년 FA 시장에는 안치홍, 김선빈(이상 KIA), 전준우(롯데) 등이 자격을 얻는다. 양의지를 넘는 계약은 쉽지 않지만 4년 80억 원 이상의 규모를 주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FA 계약을 감안하면 100억 원을 넘길 선수도 있다.
전준우는 올해 144경기 전 경기를 뛰며 타율 3할4푼2리 33홈런 90타점으로 역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안타(190개)와 득점(118개) 2관왕과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김선빈은 올해 타율 2할9푼5리 4홈런 49타점 73득점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타격왕(3할7푼)에 오른 공격력에 유격수라는 점이 메리트다. 특히 안치홍과 함께 리그 최강의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데 수비에서 공헌도가 높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롯데 외야수 민병헌은 올해 118경기 타율 3할1푼8리 17홈런 66타점 74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뒤 4년 80억 원 FA 계약 선수다. 물론 민병헌은 올해 부상으로 경기 수가 다소 적었다고 하지만 앞선 3명의 예비 FA들이 4년 80억 원 이상을 부를 만하다.
KBO는 12, 13일 단장 회의를 열고 리그 현안을 논의한다. 신인 전면 드래프트와 2차 드래프트 등이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지만 FA 개편안 역시 핵심 사안이다. 과연 단장 회의에서 FA 시장을 안정화할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