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로선 비록 비박계 일부와 타협한 결과지만 당내 세력과 결집의 정도가 여전함을 보여준 결과다. 지난 2016년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이 의결된 뒤 홍준표 체제가 들어서며 퇴조하는 듯 했으나 건재함이 재확인됐다.
반면 비박계는 이대로 자력으로 친박을 청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받아들이게 됐다. 원내대표 경선 전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 계열로부터 '수혈'을 원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계파 구도는 오는 3월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나경원 "통합과 변화, 선택한 결과…계파갈등 종식"
나 의원으로선 친박계와 손을 잡은 전략이 먹혀 든 셈이다. 2016년 5월 정진석, 같은해 12월 정우택 의원에게 각각 패배했을 때는 비박계 후보로 출마해 친박계의 조력을 받은 후보들에게 석패했었다. 그 자신은 중립 성향을 지향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탈당을 고려했던 만큼 넓은 의미에서 비박계로 분류돼왔다.
친박과 비박이 합쳐져 원내 선거에서 승리한 만큼 계파갈등이 종식됐다는 선언이다. 그는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대안 정당으로서 여당과의 관계에 있어서 도울 것은 돕되 절대 안 되는 것은 반대하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수석부대표 등 원내부대표단 인선에 있어 탕평책을 쓰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나 의원은 통합을 강조했지만, 경선 과정에선 비박계인 상대 측의 김 의원을 '분열 세력'으로 간주하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선거 현장에서 밝힌 정견 발표와 김 의원과의 토론 과정에서 '출산주도성장'을 '복지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출산주도성장은 전임자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폈던 정책이다. 이것을 놓고 논박하면서 비박계를 소수로 몰아세운 셈이다. 비박계이면서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던 김 의원을 복당파로 규정하며 '잔류파 대 복당파' 구도로 프레임을 짠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정 의원을 택한 것이 잔류파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정 의원은 친박 성향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 멤버다. 이들이 당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들의 결집이 나 의원이 승기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복당파' 구도에 갇힌 비박계, 3월 '당권 탈환' 가능?
비박계가 무릎을 꿇은 배경에는 '복당파' 프레임이 덧씌워진 악영향이 깔려 있다. 당초 비박계 주자로는 탈당 전력이 없는 강석호(3선) 의원이 거론됐었다. 강 의원과 이날 패한 김 의원,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은 비박계 및 복당파로서 한때 김무성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던 3인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를 놓고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경선 초반 일찌감치 나돌았다. 결국 김무성 의원이 나서 김학용 의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숫자의 비박계 표가 분열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비박계가 일부러 경쟁력이 덜한 김 의원을 단일 후보로 내세웠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비박계 원내대표 -> 비박계 당 대표'로 이어지는 당직 독점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니 '친박계 원내대표 -> 당권에 대한 친박의 양보' 수순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친박계의 결집이 여전함이 재확인됨에 따라 비박계의 당권 접수에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편 '원박(원조 친박)'인 홍문종 의원처럼 비박계가 당을 접수할 경우 "탈당할 수 있다"는 엄포는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당권 도전이 거론되는 인사로는 김성태‧주호영(비박계 및 탈당파), 오세훈 전 서울시장‧김태호 전 경남지사(중립 성향 비박계), 황교안 전 국무총리‧정우택 의원(친박계)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