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부 노동자들은 고객의 부당 행위에도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참고 받아들이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주도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는 11일 센터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 감정노동자 근로실태 및 노동인권증진 방안 연구'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센터는 지난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제주지역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만 19세 이상 감정노동 임금근로자 511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했다.
대상 직종은 보건의료관련종사자, 사회복지관련 종사자, 고객 상담 종사자, 이미용 및 관광‧서비스 종사자 등 15개 직종이다.
센터 추산 결과 제주지역 감정노동자 규모는 전체 임금근로자 25만6000명 중 39.5%인 10만1000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관광지 특성상 제주도가 감정노동자가 많지만, 조사 결과 10명 중 4명(44%)이 고객으로부터 욕설, 성희롱, 신체 폭력 등의 부당 경험을 당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중복 응답 결과 고객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감정노동자가 43.6%(22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희롱 6.8%(35명), 차별 5.3%(27명), 위협 4.9%(35명), 신체적 폭력 4.3%(2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정노동자 대다수가 고객의 부당행위에도 대체적으로 참으며 '속앓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의 부당행위에 대한 대처 방법을 묻는 설문에 전체 감정노동자 중 42.6%가 '대체적으로 참고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심지어 '감정을 억누르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답한 비율도 34.5%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참고 억누르는 이유로 '고객의 감정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가 58.1%로 가장 많았고, '직장 이미지 때문에'가 33.7%에 달했다. '상사나 조직의 질책 및 불이익 때문에'라고 답한 비율도 6.4%로 집계됐다.
제주지역 감정노동자들의 노동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59.9%가 근무시간 내 공식적으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59.1%의 경우 독립된 휴게공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는 노동조합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91.2%에 달했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문지은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연구원은 "제주지역 감정노동자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지만,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노동자 인격 침해는 사회적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나타나는 만큼 인식 개선 교육과 함께 감정노동자 권익 증진을 위한 감정노동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