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發 사법부개혁, 총선에 발목…대법 '셀프개혁'만 남나?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관련한 특별재판부 구성과 판사탄핵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논의하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국회가 내년부터 사실상 '총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법부 개혁 추진이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맡은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이 기존 영장전담 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원한 인물들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를 비롯한 형사합의부도 기존 13곳에서 16곳으로 늘렸다.


모두 사법농단 수사와 재판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법원이 새롭게 만든 재판부다.

하지만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당을 중심으로 재점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국민 상식에 어긋난 결정"이라며 "특별재판부 설치와 법관탄핵 여론이 비등한 작금의 상황을 사법부가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사법농단의 철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또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절차도 구체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 대상을 정리해 조만간 5명 안팎의 판사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특별재판부 구성과 판사탄핵에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여야가 사법부 개혁 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보다 2020년 4월 총선에 모든 총력을 쏟고 있다는 데 있다.

2020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짙어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고,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공직후보자추천(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야가 특별재판부 구성이나 판사탄핵에 대한 협상을 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한국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고 그 이후에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가꾸기에 돌입한다"며 "정치권이 사실상 내년부터 총선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을 처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국회가 사법부 개혁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대법원의 '셀프개혁'만으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안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법원은 12일 자체 개혁안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