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건전지 낄때도 +,- 확인하는데 열차를..."

선로전환기 오류시 경고 장치 작동
그 경고 장치 회선이 거꾸로 연결돼
설계부터? 강릉선 다른 구간은 안전한가?
시설공단, 코레일 둘 다 책임 있어
개통 서두르다 안전 점검 소홀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세증(전국철도노동조합 정책실장)

열차가 가는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 선로 전환기라는 게 있습니다. 열차는 선로만 따라 달리게 돼 있죠. 그러니까 좌회전, 우회전 방향을 바꾸려면 선로를 갈아타야 됩니다. 그걸 좌로 타라, 우로 타라 알려주는 게 선로 전환기입니다. 이게 고장이 났습니다.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경고 장치가 연결이 돼 있는 거죠.

'저쪽 좌측 선로 전환기 고장났다, 고쳐라.' 이렇게 미리 알려주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고장을 알려주는 경고 장치하고 선로 전환기가 거꾸로 연결이 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시공 단계 실수가 아닌 설계 단계, 도면에서부터 거꾸로 그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강릉선 KTX 개통된 지 1년 3개월인데 탈 없이 달린 게 더 신기할 정도인 이 상황. 이분과 함께 점검해 보겠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박세증 정책실장 만나보죠. 박세증 실장님, 나와 계세요?

◆ 박세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선로 전환기가 고장 나면 고장난 상황에 대비해서 붙어 있는 게 경고 장치라고요?

◆ 박세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럼 고장이 났다, 이상이 생겼다 하면 그전에 멈추라고 혹은 피해 가라고 경고 장치가 삑삑 울리는 거예요, 그 시스템이?

◆ 박세증> 경고 장치가 울리는 건 아니고 오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고 그걸 사람이 조작판에서 육안으로 확인하는 겁니다.

◇ 김현정> 바로 전이 아니라 한참 전에 알려주는 거예요?

◆ 박세증> 아니, 그 문제가 생기면 바로 현시를 해 주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제 말씀은 열차가 막 달려오기 직전에 알려주는 게 아니라 열차 없을 때부터?

◆ 박세증> 그렇죠. 그게 문제가 있으면 열차가 출발할 수 있도록 일하고 초록색 진행 신호를 낸다든가 이렇게 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게 전체적인 설계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선로 전환기와 경고 장치가 거꾸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 박세증> 우선 선로 전환기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를테면 다른 선로로 갈아타기 위해서 선로 전환기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데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선로의 한 곳으로 완전히 밀착하지 않으면 그곳에 틈이 생기고 열차가 그 위로 진행하게 되면 땅에 떨어지는 탈선 사고가 일어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세증> 그러니까 언론 보도 이제 표현을 빌자면, 벌어진 선로 위로 열차가 진행하는 셈이죠. 그런데 이 선로 전환기는 전기 신호로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기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오류 신호를 보내주게 돼 있는데요.

◇ 김현정> 경고 장치로.

열차탈선으로 'ㄱ자'로 꺾여버린 강릉선 KTX. (사진=전영래 기자)
◆ 박세증> 이번 강릉선 사고를 보면 쉽게 말해서 서울행으로 가도록 만드는 선로 전환기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고 반대로 이제 강릉 기지행으로 가는 선로 전환기는 정상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오류 신호를 보내도록 이 회로 케이블을 잘못 구성하게 되어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쉽게 말하면 상행선에 꽂혀 있어야 할 회선이 하행선에 꽂혀 있고 하행선에 꽂혀 있어야 할 회선이 상행선에 거꾸로 꽂혀 있는 이런 상황이 된 거예요. 그러니까 강릉발 서울행 선로에 이상이 생겼는데 서울발 강릉행 쪽의 경고 장치가 삑삑 울린 거죠.

◆ 박세증> 비유하자면 그런 것이죠. 지금 이 부분은 단선 구간이라서 하행, 상행 이렇게 되어 있지 않은데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행, 강릉 기지행 이렇게 되어 있는데 어쨌든 가리키는 곳을 반대로 이렇게 꽂아놓은 것입니다.

◇ 김현정> 그래서 심지어 여러분, 보수 인력이 출동까지 했답니다. '여기 경보가 삑삑 울리네. 어디가 잘못된 거야' 하고 나가봤는데 당연히 문제가 없죠. 지금 거꾸로 꽂아져 있었으니까. 그래서 돌아왔다는 거 아니에요.

◆ 박세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이 기막힌 원인이 밝혀진 건요. 어제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현장에 가서 이 장치 뚜껑을 열어보고 알게 된 겁니다. 뚜껑을 열어보고는 거꾸로 연결이 돼 있으니까 '아이고, 시공이 잘못된 건가' 하고서는 설계 도면을 찾아보니까 세상에 시공자 실수가 아니라 설계 도면부터 잘못 그려져 있었다. 그렇게 되는 거죠, 실장님?

◆ 박세증> 네, 맞습니다. 철도에서 벌어지는 대형 사고는 공식적으로 말씀하신 국토부 산하의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조사하게 되어 있는데요. 원래 이전까지 유추하기로도 작년 9월에 해당 선로 전환기가 설치됐기 때문에 그 이후로 이런 상태가 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고 있었는데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조사위 관계자들이 사고 지점에 선로 전환 시스템에 가 보니 케이블이 엉뚱하게 바뀌어 있어서 육안으로 그걸 확인했고 그다음에 조사위에서 사고 지점의 훼손 도면을 확보해서 보니까 이미 애초에 설계 단계부터 회선이 뒤바뀐 채로 납품된 걸로 이제 확인을 했습니다. 물론 이건 사실 최종적으로 조사 결과를 좀 봐야 되는데요. 이전에 여러 가지 유추가 있었던 사고 직전에 누군가 회로 케이블을 뒤바꿔 연결했다거나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좀 증명된 셈이죠.

◇ 김현정> 누가 와서 살짝 케이블을 거꾸로 해 놓은 거 아니야? 테러 아니야? 별소문이 다 있었는데 어제 뚜껑 열어보니까 뚜껑 열면 기록이 남는대요. 그런데 이번이 처음 뚜껑 여는 거고 애초에 설계 도면부터 잘못 케이블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면 실장님, 이 KTX 강릉선 전체 설계를, 하나의 회사에서 했죠?

◆ 박세증> 네, 네.

◇ 김현정> 그럼 강릉선 전체 구간에 선로 전환기가 몇 개나 있습니까?

◆ 박세증> 제가 개수는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분기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선로 전환기는 꽤 많습니다.

◇ 김현정> 많죠. 좌회선, 우회전 이걸 다 이렇게 하는 거니까 많아요. 그럼 거기에 다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 박세증> 그건 이제 살펴봐야 되는데요. 아까 설계 단계부터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어제 조사위에서는, 강릉선 KTX의 다른 구간에도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코레일하고 철도시설공단에 안전 개선 권고를 긴급히 발송한 상태예요. 사실 안전과 관련돼서는 이게 위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판단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을 하고. 따라서 당장 선로 전환기에 결함 이력이 있다거나 문제가 발생했던 곳이나 이런 곳은 빠르게 점검하고 전체 구간에 대해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금 생각됩니다.

◇ 김현정> 두 가지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그럼 이게 지금 설계 도면에서부터 케이블이 거꾸로 그려져 있었다면 다른 곳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철도 이렇게 달려도 되는 건가, 강릉선 KTX. 일단 멈추고 조사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 질문 하나 주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세증> 저희도 이제 우려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제 복구를 해서 개통하는 것을 우선시하다 보니까 이제 불가피하게 복구한 곳은 복구가 정상적으로 됐다고 하면 기존 선로는 정상적인 것을 전제로 운행은 이제 빨리 재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건 국토부도 그렇고 사실 언론도 그렇고 안전이 중요하다고는 얘기하지만 사실 개통에 많은 주목을 하고 있어서.

◇ 김현정> 당장 멈추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편하겠는가. 그것 때문에 그런 거죠?

◆ 박세증> 불편하게 하고 이게 다 비용의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에 우선 사고가 난 곳은 빠르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개통을 하고요. 이 개통 이후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빠른 재점검. 이런 걸 아마 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아마 다른 영역에 대해서 재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 김현정>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하나만 그러니까 시공자의 실수로 케이블 잘못 연결했다 하면 맞아요. 여기 복구하고 다니면 되는데 설계 도면부터 잘못됐다. 그런데 설계 도면을 한 회사에서 전체를 다 그렸다고 하면 이건 훨씬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 아닌가요?


◆ 박세증> 그렇죠.

◇ 김현정> 이거 그냥 달려도 된다. 이거 조금 안이한 생각 같은데.

◆ 박세증> 제가 이제 추정하기로는 그 설계된 채로 납품된 곳은 아마 동일하게 다 점검을 했을 겁니다.

◇ 김현정> 어제 발견했는데 이게 지금 다 점검이 됐을까요, 하루 만에?

◆ 박세증> 그럴 수 있죠. 왜냐하면 이 설계상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선로 전환기가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는 분명히 다 운영사나 시공한 곳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서 점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그거뿐만 아니라 이거는 사실은 선로 전체 회로를 구성하고 오작동을 알려주고 하는 시스템이 한번 무너졌다는 걸 보여준 거기 때문에 강릉선 전체에 대해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 거죠.

◇ 김현정> 지금 정책실장님 말씀처럼 어제 뚜껑 열어보고 설계도 잘못된 거 확인한 다음에 전체 강릉 KTX 설계도를 다 확인한 뒤에 달리는 거면 좋겠습니다마는 저는 아직 다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없거든요. 그게 아마 다 확인했으면 다 확인했습니다, 라고 얘기를 할 텐데 나온 게 없는 걸로 봐서 좀 불안하고요.

또 하나는 4OOO님의 질문인데 이분은 좀 잘못 이해를 하신 것 같은데 '그게 애초부터 잘못 케이블이 거꾸로 연결되어 있었으면 사고가 벌써 났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셨는데 그건 아닌 거죠? 이건 선로 전환기가 고장났을 때만 울리는 경고음이기 때문에 그동안 고장이 안 났으면 문제가 없는 거죠.

◆ 박세증> 그렇죠. 지금까지 사실은 이게 시설공단에서 시설물에 대한 거, 신호에 대한 걸 다 점검하고 운영사인 코레일한테 이걸 넘기게 돼 있고요. 코레일은 사실은 그걸 넘겨받아서 이 시설물에 대해서 점검 주기로 되어 있는 규정과 근거에 따라 점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던 것은 기계적으로 선로 전환기가, 밀착하지 않거나 이런 완전한 오작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이것이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 이렇게 확인하기 되게 어렵고 그러면 아마 철도공사에서는 이건 정상적인 시설물이다, 라고 판단하고 규정과 근거에 따른 2년에 한 번 점검. 이렇게 판단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이게 완전히 오작동한 상황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이제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던 겁니다.

◇ 김현정> 경고 장치가 울리는 상황이 되어야지만 발견이 되는 오류였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4OOO님, 답이 되셨을 것 같고요. 제가 앞에서 잠깐 설명드렸는데 철도를 시공하는 것까지는 철도시설공단에서 하고 만들어진 철도를 관리하고 열차를 운행하는 건 코레일이 하고. 지금 이게 2개로 나눠져 있다면서요?

◆ 박세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시공 잘못한, 설계하고 시공 잘못한 철도시설공단의 잘못은 명백해 보이고. 운영하는 코레일은 그럼 문제가 없는가. 어떻게 보세요?

◆ 박세증> 운영하는 코레일이 문제가 없다. 이렇게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규정과 근거에 따라서 이제 코레일은 실제로 점검을 하게 될 텐데요. 선로 전환기가 완전히 오작동한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2년에 한 번 점거하기로 돼 있는 것을 이제 규정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 김현정> 2년에 한 번 점검이에요, 정기 점검이?

◆ 박세증> 네, 보호 시설물은 2년에 한 번 점검하도록 돼 있습니다. 정상적인 시설물로 아마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그런데 다만 점검 주기가 적절한 건지. 운영사로서 그래서 완전히 이것을 점검하는 데 책임이 면피되는 건지 이런 건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철도노조에서는 이번 사고가 KTX 강릉선을 서둘러 개통하다가 벌어진 것 아닌가 이렇게 보고 계시더라고요?

◆ 박세증> 이게 강릉선이 사실은 평창 올림픽 앞두고 시기에 맞춰서 개통했다는 점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요. 때문에 여러 가지 이제 개통 공정에서 무리하게 진행됐던 점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까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을 검사하고 검증하고 골라내지 못한 것도 그런 정황의 방증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작년 9월 같은 경우에는 강릉선 개통을 위해서 신호 체계 점검 때문에 기관차를 투입해서 시운전을 합니다. 시운전을 하는데 이 기관차끼리 추돌해서 기관사는 사망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세증> 이때도 사실은 개통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철도시설공단에서 안전 조치가 이제 미흡한 상태에서 시운전 강행하고 이건 좀 다른 차원의 일인데 신호 시스템에 또 오류가 나서 이런 불의의 사고가 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필터링이 철저히 됐으면 어느 단계에서는 걸러졌어야 되는데. 이게 서두르기도 했고 또 그 후에도 필터링 작업이 없으면서 점검도 2년이니까 아직 2년이 안 되고. 이러면서 사고가 난 겁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거는 정말 그나마 운이 좋아서, 운이 좋아서 이 정도에 그쳤지 대형 참사가 될 뻔했던 아찔한 사고. 이번에 철저하게 원인 규명하고 책임질 사람 책임지고 사후 대책까지 마련하고 가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세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철도노조 박세증 정책실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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