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없는 감리교회가 되게 하소서"

[앵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교단 차원에서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많은데요, 감리교 내부에선 잇따른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자정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10일) 열린 ‘성폭력 없는 감리교회를 위한 기도회’ 소식을 최경배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해 교회와 교단은 어떤 이유에선지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내에서도 불미스런 사건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청년 담당 목사가 같은 교회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청소년 전문 사역자가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역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일이 알려져 감리교의 위상을 실추시켰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목회자에 대해 교단은 징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잊혀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래전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 최근 감리교단 내 자정 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서울남연회 전준구 감독 취임을 계기로 성폭력 사건을 방관해온 교계 관행을 회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감리교단 내 14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성폭력, 금권선거 없는 감리교회를 위한 기도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했던 잘못을 회개하고 감리교단 내에서 성폭력이 사라지길 기도하는 자리였습니다.

[녹취]
최희성 장로 / 감리회 여장로회연국연합회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하신 주님. 우리 또한 불의를 보고도 침묵했기에 마침내 감리교회가 선거로 병들고 성폭행 문제로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어리석고 둔한 저희들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기도회 참석자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아픔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됐다면서, 오랜시간 고통 속에 숨어 지내온 피해자들이 아픔에서 벗어나 당당히 살아가도록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녹취]
홍경숙 권사 /감리회 여선교회전국연합회 직전회장
“하나님 아버지 피해 자매들에게 우리가 외칩니다. 외로워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기죽지 마세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자매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더이상 숨어서 살지 마세요. 이제 용기를 내세요.”

말씀을 전한 민영진 목사는 하나님은 사회정의를 외면한 채 드리는 제사를 결코 기쁘게 받지 않으시고, 오히려 죄라고 꾸짖으신다면서 한국 교회 안에 공의를 세우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민영진 원로목사 / 전 감신대 교수
“사회정의의 실현이 수반되지 않는 종교행사. 사회정의의 실현이 수반되지 않는 에배를 포함한 각종 집회는 하나님 보시기에 죄만 더 짓는 것이다 하는 것입니다.”

사회법에선 처벌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앙 양심상 수용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목회자가 교단 내 지도자 자리에 오르면서 감리교단 내 불의한 과거를 바로잡으려는
기도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장소) 성폭력, 금권선거 없는 감리교회를 위한 기도회 / 10일, 서울 서대문 감리교신학대학교
(영상취재 / 정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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