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단식 5일째, 취임100일…"연동형 보장까지 계속"

이학재 탈당 임박‧보수파 집단이탈說, 원심력 차단 ‘사력’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5일째 단식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취임 100일째를 단식 투쟁 5일째 되는 날 맞았다. 손 대표로선 정치적 명운뿐 아니라, 고령(71세)임을 감안하면 정말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셈이다.

손 대표의 요구 사항은 ‘연동형 비례제’ 등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하며,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거대 여야가 화답하라는 것이다. 이들 세력은 지난 예산정국에서 손 대표를 포함한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의 절박한 요구를 일축했다.

손 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을 건 이유는 다당제 때문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방식이 아닌 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원 의석수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현재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상황은 첩첩산중이다.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한 선거법 개정의 특성상 정치개혁특위에서 ‘통 큰’ 합의가 절실하지만, 민주당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를, 한국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에 각각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당내 입장 또한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옛 바른정당 출신의 보수파 의원들은 그가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 연대’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탈당 역시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많아 손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손 대표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인정하는 맥락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의 운을 뗐다. 그는 국회 로텐더 홀 농성 현장에서 열린 회견에서 “당 정체성 때문에 여러 분이 고심하고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언론에서 나온다”며 “공중분해 위기에 처해있던 당의 체계를 정비한 것은 큰 성과이지만, 아직 분열의 씨앗이 남아있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보수와 미래형 진보가 하나가 되다 보니 정체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 정당은 이념적 스펙트럼 폭이 넓은데, 그건 앞으로 차츰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거론한 탈당 가능성은 이학재(3선) 의원의 이탈 가능성이다. 당초 이 의원은 예산 처리 직후 탈당하려 했으나, 손 대표가 단식에 나선 점을 감안 농성을 푸는 대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후퇴한 상태다.

겉도는 개혁보수를 거론한 대목은 유승민 전 대표를 지목한 것이다. 유 전 대표는 지난 7일 서울대 강연에서 “바른미래당이 개혁보수의 방향과 맞지 않아 괴롭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보수’ 정체성의 정강정책 반영이 가로막힌 점, 한때 판문점 선언 비준에 손 대표 등 지도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했던 점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바른미래당 안팎에선 유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 등 창당의 주역들이 2선으로 물러나면서 당의 위기가 더욱 굳어졌다는 탄식이 나온다. 그러나 유 전 대표는 농성장을 직접 찾아, 안 전 의원은 전화로 각각 손 대표의 단식을 염려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물과 기름 같이 섞이지 않는 옛 국민의당 계열과 바른정당 계열 간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당의 통합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제 (단식의) 최종 목표”라며 “3개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실히 합의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정개특위에서 의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 살아온 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승자독식 양당제 폐단을 바로잡겠다”며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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