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광용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이 BOK경제연구에 게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선결조건이다.
박 연구원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도가 다른 스페인,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이같이 결론내렸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대기업-중소기업간, 정규직-비정규직간 근로조건 격차가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시장간 노동 이동이 어려워지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규모사업체와 중소업체 임금격차는 1980년대초 약 1.1배에서 2014년 1.7배로 확대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비율은 2004~2005년 15.6%에서 2015~2016년 4.9%로 급락했다.
우리나라의 임시직근로자 비중은 20.6%,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11.4%였으며, 임시직 3년 후 상용직 전환률은 22%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스페인은 이중구조가 심하고, 독일은 이중구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스웨덴·네덜란드는 이중구조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스페인은 임시직근로자 비중 26.7%, 시간제근로자 비중 13.8%에 임시직 3년 후 상용직 전환률은 46%였다.
스페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2012년 유연성을 강화하고 안정성을 보조적으로 높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높은 임시직 비중이 지속되는 등 이중구조 해소에는 미흡했지만 실업해소나 성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임시직근로자 비중 12.9%, 시간제근로자 비중 22.2%, 임시직 3년 후 상용직 전환률 60%로 나타났다. 독일은 2002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복지는 축소하는 '하르츠 개혁'을 실시해 노동시장의 성과를 높였지만, 이중구조화가 심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됐다.
임시직근로자 비중 16.9%, 시간제근로자 비중 13.8%인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 추진으로 임금 불균형이 크게 축소됐다. 이는 산별노동조합 및 협력적 노사관계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냈다.
네덜란드는 임시직근로자 비중 21.8%, 시간제근로자 비중 37.4%로 조사됐다. 아울러 임시직 3년 후 상용직 전환률은 70%나 됐다. 네덜란드는 수차례 사회적 협약을 통해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정립했다. 시간제, 파견직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되 정규직과 보수·복지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이다.
박 연구위원팀은 "해외사례를 보면 장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한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성공하고 성장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노·사·정 등 사회의 모든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팀은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질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실효성 제고 △근로조건 격차 등 감소를 위해 개별기업 수준이 아닌 산업·업종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제도 도입 △임금과 작업방식을 유연화하는 기능적 유연성 제고 △노동시장 제도 개선 및 사회보험 사각지대 축소와 보편적 소득지원 제도 정착을 통한 저임금노동계층의 경제적 안전 보장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