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모든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효과는 '글쎄'

2364억원 투입… 환경단체 "석면제거 부진 속 효과 검증되지 않아 '예산 낭비'"

경기도교육청 전경. (사진=경기교육청 제공)
경기도교육청이 2020년까지 경기지역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사업이 추진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경기교육청발 '공기정화장치(기계환기설비) 설치 사업'을 두고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제거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공기정화장치의 효과마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입을 모은다.

9일 경기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소재의 각급 학교들 중 공기정화장치가 미설치된 5만4189개 교실에 10만8378대의 설비가 향후 2년 간 설치될 예정이다.

경기교육청은 해당 사업에 2364억원을 투입할 방침으로, 필터가 장착된 '기계환기설비'를 통해 교실 내 유해가스를 배출하고 유입 공기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이 주기능이다.

지난해 교육부 주관의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시범사업' 연구용역 결과와 함께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사용기준'을 근거로 공기정화장치 설치 사업을 기획했다는 것이 경기교육청의 설명이다.


교육부가 밝힌 관련 기준에는 '기계환기설비 설치를 우선 고려하되, 부득이한 경우 공기청정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교육부의 용역결과를 분석해 볼 때, 공기정화장치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지난해 9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경기 성남의 A초등학교에서 측정한 기계환기설비 적용사례를 토대로 환경단체들은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는 좋았지만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 가동시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기계환기설비의 필터는 특히 유해화학물질을 걸러내지 못한다"며 "산업단지 등에 인접한 학교에 설치될 경우 오히려 외부 유해물질이 교실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 교실의 석면 제거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세먼지 원인 진단도 제대로 하지 않고, 효과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은 시설 설치를 강행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용역결과, 성남 사례, 현장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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