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 김‧김 의원 간 조합은 각각 원내대표 후보는 비박계가, 정책위의장 후보는 잔류파가 맡은 셈이라 정체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통상 친박계 VS 비박계 혹은 영남 VS 수도권 식으로 경쟁 구도가 짜였던 점과 비교하면 표 결집이 쉽지 않은 조합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 경선의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 나경원-정용기, 김학용-김종석 組 "文 정권 견제" 한 목소리
나 의원은 이날 기자 회견을 열고, "정 의원은 대여 투쟁력과 협상력을 검증받은 소중한 인재"라며 "재선 구청장, 재선 의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경험이 묻어나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총선에서 한국당을 찍으면 희망이 생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을 살리고 우파를 재건할 정당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차기 원내 지도부의 임기 막판을 전후한 2020년 4월 총선이 있음을 의식한 말로 '보수 통합' 등 원내 지도부의 역할 범위 바깥의 일도 힘쓰겠다는 말이다.
이에 앞서 김종석 의원은 기자 회견을 열고, 김학용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 역시 "현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정부 견제를 주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한국당이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비전과 정책을 제대로 세일즈하지 못해서였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보수 가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안임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 수도권-非朴 원내대표 + 탄핵 뒤 잔류파 정책위의장 '조합'
두 조(組) 모두 계파 색채는 옅다. 그러나 나 의원 조는 친박계에, 김 의원 조는 비박계에 각각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나 의원의 경우 지역구는 서울(동작을)이다.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이후 서울 중구에서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 당시였던 18대 후반 2011년 10‧26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박원순 시장에게 패했다. 이후 19대에 현 지역구로 옮겨 보궐 당선된 뒤 20대 4선 의원이 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2002년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계파 색채가 짙지 않았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됐던 2016년 말 옛 새누리당의 탈당 예상자 명단에 오른 만큼 한때 비박(非朴) 성향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막판 마음을 바꿔 탈당하지 않았다.
나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 의원은 대전 대덕이 지역구다. 사무처 당직자 출신으로 1991년 민주자유당 공채 1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대전 대덕구청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당내 범(凡)친박 성향의 초‧재선 의원 그룹인 '통합과 전진'의 멤버다. 이들의 조합은 수도권-충청권, 중립 성향의 비박계-범친박 및 잔류파 간 결합을 의미한다.
김학용 의원 역시 지역구가 경기 안성으로 수도권 출신이지만, 계파 색채는 나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짙다. 이해구(한나라당‧신한국당‧민주자유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경기도의원을 역임한 뒤 이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8대부터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였던 19대 국회에서 김 의원의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으나 2017년 대선 직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김종석 의원은 그에 비해선 계파색이 옅다.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도 현재로선 없다. 김무성 의원의 새누리당 대표 시절 여의도연구원장에 발탁됐으나, 김 의원과 동반 탈당하지 않은 잔류파다.
한편 이날 후보 등록 마감까지 유기준, 김영우 의원 등 나머지 원내대표 출마자들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를 발표하지 못했다. 유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김 의원도 미등록에 따른 불출마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