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유서 "세월호 일을 사찰로…안타깝다"

"모든 것을 안고 가…모두에게 관대한 처분 바란다"

어제 숨진 채 발견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임천영 담당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취재진들에게 유서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유서에는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간다, 부하들에게는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진=이한형 기자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유서가 공개됐다.

법률대리인 임천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이 전 사령관 유서를 1장으로 간추려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썼다.


그는 "영장심사를 담당해 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도 했다.

임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박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던 것으로 보여졌다"면서도 "공안2부가 영장을 기각당했다고 그대로 놔주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전날 오후 2시 50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의 한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이한형 기자
앞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4월부터 7월 사이 기무사 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정치 성향이나 동향, 개인정보 등을 수집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4일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영장 기각 후 검찰이 이 전 사령관을 직접 접촉하거나 소환 일정을 조율한 적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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