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문구가 뭐길래…어그러진 선거구제 논의

지역구 선출방식 ‘도농복합형’ 넣냐 빼냐 놓고 이견
한국당에 유리해 민주당 반대...야3당 “논의하자는 건데 못 넣을 이유 있나"

7일 저녁 국회에서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안·민생법안 처리' 위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8일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됐다. 국회선진화법 제정이후 가장 늑장처리됐다. 여기에는 자유한국당의 세수결손을 이유로 한 예산심사 보이콧도 한몫했지만 막판에는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반발이 컸다.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합의 없이는 예산안 처리에 동참할수 없다며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야3당의 농성장(국회 로텐더홀)을 찾아가고 물밑에서 조율을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야3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합의 없이 예산안만 처리한데 대해 민주당에 대단히 화가 났다. 이들 정당들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5개 항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끝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와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도농복합형 포함) 등 정개특위 위임 △석패율 도입 △선거제도 관련법 1월 처리 △정기특위 활동 연장 등이다.

민주당은 이 안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3당의 합의안에 대해 100% 동의한다”고 했다.

연동형에서 발을 빼려던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내걸면서 이들 야당과 간극이 크게 줄었던 터다.

그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핵심은 괄호안의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라는 문구다.

한국당이 강하게 주장해 야3당이 넣은 두 단어로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산간 지역 등은 지금처럼 소선구제(지역구마다 다수득표자가 당선)로 하되,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2~4개 의 지역구를 묶어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로 이원화하는 형태다.


도농복합형은 한국당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수대표제인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2등은 낙선이지만, 중대선거구제에서는 2~3등도 배지를 달수 있게 된다. 당연히 많은 지역에서 민주당에 이어 2등을 할 가능성이 큰 한국당은 소선구제에선 얻지 못할 의석수를 더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주당은 도농복합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과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 하는데 선거제도에서부터 불리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선거제를 논의하자는데 그건 우리가 수용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걸 전제로 하자는 한국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홍영표 원내대표)

야3당은 민주당과 적지 않은 온도차이가 있다. 괄호 안에 넣은 문구가 강한 구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이 수용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당과 사실상 정치 지형을 크게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은 조금이라도 한국당에 유리한 제도를 받을 수 없지만, 야3당은 한국당에게 유리하면서 자신들에게도 나쁘지 않다면 수용할수 있다는 입장이 강하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당에서 강하게 요구를 했기 때문에 ‘도농복합형 선거구 포함’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면서 “다만 도농복합형 선거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검토한다라고 하는 그 문구를 넣은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홍 원내대표에게 “도농복합형도 명시적 제약된 건 아닌것으로 안다”며 반박했다.

중대선거구제 성격이 포함된 도농복합형 선거제도에서는 꼭 1등이 아니더라도 2~4등까지 당선이 가능해 군소정당들에게는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야3당의 화살이 민주당에게 쏠린 것이다. 민주당도 소극적이긴 했지만 한국당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열려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 민주당이 가장 많은 욕을 먹게 됐다.

민주당은 대안으로 한국당을 뺀 4당만 따로 합의를 하자고 했지만, 야3당은 그럴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데는 여야 모두 쉽게 동의하면서도 각론으로 갈수록 선거제도 개편의 실타래는 복잡하게 엉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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