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찾는 총리'가 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지만,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장을 찾아 듣는 일 하겠다" 약속대로 광폭행보
지난해 5월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인준이 된다면 갈등이 심한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어느 지역의 경제가 침체돼 있는데 뭐만 활성화되면 파급효과가 있겠다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곳을 다니면서 좋은 의미의 자극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는 총리'라는 이 총리의 약속은 광폭행보로 실현되고 있다.
지난 6일 이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KTX 오송역 단전과 KT 아현지국 통신단절에 이어 고양에서 이런 일(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사고)이 생겨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당일 백석역 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자들을 위로했으며, 다음날인 7일에는 KT아현지국을 찾았다.
오송역 단전 사건과 관련해 이 총리는 이미 5일 코레일을 찾았다. 이 총리는 트위터에 "(코레일에) 사고와 장애, 비상대응 태세를 따져 묻고 사후대책을 점검했다"며 "불편을 겪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7일 KT아현지국에 가서도 이 총리는 KT 황창규 회장에게 관련 보고를 들은 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윤의 논리만 따져가지고 어딘가 부실한 게 생기면 이런 일이 끊임없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러지 않아도 KT가 민영화된 이후로 혹시라도 통신사로서 공공책임을 경시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 말을 두 번 다시 받지 않으시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7일 현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국민들께 불편을 드린 사고현장은 다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며 "KTX도, 백석역에도 한 번 씩 들러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민들에게 안심도 드리고. 제가 확실하게 다지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외에도 올 초 무려 50명의 사망자를 낸 경남 밀양 요양병원 화재참사부터 지난 9월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 현장까지 크고 작은 재난현장 대부분에선 총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경제인과의 회동도 대폭 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경제인총연합회 회장단을 공관으로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장들과의 회동, 중견기업인연합회 지도부 만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총 지도부와의 막걸리 회동에서는 "새 정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한 정책이 시장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여러 진통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발언을 하며 현장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다.
전통시장을 찾는 민생행보는 근래 가장 눈에 띄는 총리의 민생행보다. 서울 남대문시장이나 경동시장 등을 찾아 길거리 음식을 먹는 사진을 공개하고 어려운 경기 속 분투하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을 듣는 모습의 빈도가 커지고 있다.
◇선호도 1위 오른 뒤, 전통시장 방문 증가…대권 염두하나?
이 총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장의 중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말처럼 침체된 현장에 자극을 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일이 챙길 수 없는 영역에 총리가 직접 찾아가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도 총리의 당연한 임무다.
다만, 대권후보 선호도가 상승하기 시작한 하반기에 경제인 회동이나 민생행보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은 최근 행보가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를 낳는다.
이낙연 총리가 올 한해 SNS를 통해 공개한 시장 방문은 모두 7건이다. 그런데, 선호도 3위권에 머물던 상반기에는 지난해 화재로 137개 점포가 타버린 여수수산시장을 1월에 찾은 것이 전부다.
하반기에는 7월 지난 2016년 화재를 겪었던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을 격려한 것을 시작으로 8월 전주 남부시장을 찾았고, 10월 서울 남대문 시장, 11월 서울 경동시장, 지난 1일 독산동 남문시장, 5일 경북 김천 황금시장 등 빈도가 더 잦아지고 있다.
현재 이 총리는 추석 이후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1위에 오른 뒤,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다.
이 총리 측은 이런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리측의 한 관계자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주자로 거론 되는 것도 부담스럽고, 대선까지는 3년이나 남은 상황이기에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