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남자 국가대표 출신 문준오(32)는 6일 강원도 원주 나이스볼링센터에서 열린 '2018 원주컵 국제오픈 초청볼링대회'에서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내년 프로 데뷔를 앞두고 예비 프로로 참가한 대회에서 거둔 깜짝 우승이다.
문준오는 결승에서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간판 최원영(DSD·14기)을 210 대 159로 눌렀다. 메이저대회인 원주컵과 함께 우승 상금 25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이날 문준오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최원영이 스트라이크로 출발한 반면 문준오는 첫 프레임에서 스페어 처리에 만족했다. 결승에 앞서 열린 이벤트 경기의 여파로 라인 읽기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문준오는 4프레임부터 살아났다. 연속 스트라이크로 4배거를 기록하며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반면 최원영은 초반 스트라이크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잇따라 스플릿으로 핀을 남기며 통산 8승 도전이 무산됐다.
예선을 3위로 통과한 문준오는 3, 4위 결정전부터 실력을 뽐냈다. 슛아웃 3, 4위 결정전에서 258점을 따내며 249점의 유일한 왼손 김광욱(브런스윅·23기)과 219점의 통산 최다승(12승)의 베테랑 정태화(DSD·3기)를 제쳤다.
당연히 상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문준오는 "아내에게 우스갯소리로 '파주에 가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우승하면 아울렛에 가서 쇼핑을 하자는 뜻이었는데 정말 할 줄은 몰랐다"는 문준오의 말이 이어지자 옆에 서 있던 아내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문준오는 "4살과 3살인 딸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아픔도 있었다. 문준오는 학창 시절 주니어 국가대표까지 지냈지만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 문준오는 "고교 2학년 때 경기 중 몸살을 앓아 항생제를 맞았는데 그때 간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져 기절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천식까지 겹쳐 1년 동안 볼을 잡지 못했다. 문준오는 "당시 주위 기대가 컸는데 1년 공백 이후 힘들었다"고 말했다.
군 복무 이후에는 중학교 코치로 활동하며 3년여를 또 쉬었다. 이후 다시 선수로 나서 지난해 31살의 나이에 첫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이를테면 대기만성인 셈이다.
이제 내년부터 프로로 전향,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문준오는 "볼링장에서 활동하면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대회에 출전해 실력도 겨루고 이름도 알리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우승했다고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