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4명 구속된 그 곳, 이번엔 주무관들이 뇌물받아

건설업체 "해외연수 경비,광고비 대납 등 수 백만 원 뜯겨
광고비 지원해달라며 수 백만 원 챙겨…해당 공무원들 "전혀 사실무근"

(일러스트=노컷뉴스)
올해 2월부터 전북 임실에서 5억여 원 상당의 소하천 정비사업을 발주받아 공사를 진행 중인 한 건설사 현장소장인 A씨가 임실군청 직원 B씨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은 것은 지난 6월 7일.

공사 담당 주무관인 B씨는 공사 현장 인근으로 찾아와 자신의 직속상관인 C팀장이 해외 연수를 간다며 경비 지원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5일 뒤 A씨는 "공사현장 도로에 주차된 B주무관의 승용차에서 5만원권 40장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고 폭로했다.

A씨는 "업무상 '갑'인 B주무관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으며, 문제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남은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돈을 건넸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C팀장은 4박 5일간 일본 해외연수를 다녀왔으며 임실군은 C팀장에게 숙박비와 항공료를 포함해 약 120만 원의 경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 따르면 이들 공무원들의 금품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17일 C팀장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 주재기자 D씨에게 줄 광고비 100만 원을 대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C 팀장은 A씨가 "한 번 광고비를 주면 앞으로 계속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하자 "해당 기자에게 광고비 출처를 밝히지 않겠다"는 '친절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A씨는 결국 사흘 뒤인 지난 8월 20일 임실군청을 찾아가 100만 원이 든 봉투를 C 팀장에게 건넨 뒤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물었다.

임실군청 간부로부터 광고비 대납 요구를 받고 100만 원을 인출해 건네줬다는 A씨의 통장내역.
이에 C팀장은 "기자가 귀찮게 굴어 사비로 광고비를 이미 지급했으니 이 돈은 내가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고.

이들의 금품 요구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11월 26일 B주무관이 또다시 A씨 현장사무실을 방문해 연말 언론사 광고비로 2백만 원을 요구해 온 것.

이에 A씨는 "회사와 상의를 한 뒤 답을 주겠다"며 영수증 처리 등 광고비 진행 방향을 묻자 B주무관은 "별도 영수증없이 그냥 현금으로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회사 경영진과 논의 끝에 더 이상 '뒷돈'을 대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요구를 거부했다.

특히 A씨는 취재진과 면담에서 "나 자신도 뇌물을 준 부분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말한 뒤 "공사 현장에서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런 폐단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B주무관과 C 팀장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업체로부터 해외 연수 경비를 지원받은 적이 없고 아울러 광고비 대납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미 임실군은 현 심민 군수를 제외하고 1995년부터 당선된 4명의 군수 모두 뇌물수수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줄줄이 낙마하면서 '군수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지역.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임실지역 다수 공직자와 군민들의 자정 노력속에 일부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져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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