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37사단 본부 근무대 군악대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려욱은 지난 7월 전역하자마자 새 앨범 준비에 돌입했다.
솔로 앨범을 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슈퍼주니어의 메인 보컬이자 팀의 보컬 유닛 슈퍼주니어-K.R.Y. 멤버로 활동하며 가창력을 인정 받은 려욱은 2016년 1월 첫 솔로 앨범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을 선보여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준 바 있다.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온 려욱은 이전보다 한층 깊어진 감성을 녹여낸 신곡 7곡을 두 번째 솔로 앨범 '너에게 취해'에 담았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 4일 삼성동 SM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만난 려욱은 "군대에 있을 때부터 전역 후 앨범을 내는 이 순간을 고대했다"며 "오랜 시간 저를 기다려주신 팬들뿐만 아니라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오랜만에 작업한 앨범이라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어린왕자' 이후 어떤 곡을 들고 나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고민 끝에 '어린왕자'에서 조금 더 확장시킨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어린왕자'가 콘셉트적으로 '어른 슬픔'이었다면, 이번에는 '으른 슬픔'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
-타이틀곡 '너에게'는 어떤 곡인가.
"편지로 써 내려간 듯한 가사가 특징인 곡이다. 군대에 있을 때 팬들에게 매달 편지를 썼는데, 그게 모티브가 됐다. 곡을 다 들었을 때 한편의 슬픈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완성도 있는 노래다. 황성제 작곡가님이 전체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유영진 작곡가님이 믹스를 봐주신 덕분에 사운드적으로 굉장히 풍부한 곡이 만들어졌다"
-그 외 소개하고픈 수록곡이 있다면.
"'취해'는 타이틀곡 못지 않은 타이틀성 노래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알앤비 팝 발라드 장르의 곡이기도 하다. '파란별'은 군대에 있던 동안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과 같이 지낸 군악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은 저의 자작곡이다"
-멤버들에게 신곡을 들려줬나.
"원래 비밀스럽게 혼자 작업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멤버들에게 다 들려줬다. 신동 형 같은 경우는 임팩트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디테일한 조언을 해줬고, (이)특이 형은 '좋다'는 한 마디를 해줬는데 정말 고마웠다. 비록 제 앨범에 멤버들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담겨있다"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이전에는 앨범이 때가 되어서 나왔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해서 완성했기에 애착이 남다르다. 손이 가는 앨범을 만들어 내고 싶어서 공장에서 음반을 찍어내기 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어떻게 보면 회사 사람들을 좀 괴롭혔는데, (미소) 그런 과정들이 절 성장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전역 후 앨범을 내는 이 순간을 굉장히 기다려왔다.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될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어하는, 좋아하는, 잘 할 수 있는 음악들을 담았기에 대중적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어필되지 않을까 싶다"
-군악대에선 어떤 보직을 맡았었나.
"알토 색소폰을 담당했다. 성악병으로도 무대에 올라 애국가도 부르고 육군가도 부르고 그랬다. 군악대에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서른 세 살 형이 있었는데, 그 형에게 성악 발성법과 호흡법을 배우기도 했다. 밴드와 함께할 때는 보컬 역할도 맡았다. 저희 부대가 충북 증평 일대의 대민지원을 맡았었는데, 대민지원에 나갈 땐 4~50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도 많이 불렀다. 군악대 친구 4명에게 춤 연습을 시켜서 같이 '쏘리쏘리' 콜라보 무대를 한 적도 있다. (미소). 군악대 생활하면서 재밌었던 건 정말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불렀다는 거다"
-입대 전 슈퍼주니어 멤버로서 대규모 공연장에서 노래하다가 소규모 무대에서 노래해보니 어떻던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후임들을 보며 잊고 있던 것들을 꺼낼 수 있었다. 주차장에 무대를 만들어서 노래한 적도 있고, 걸어 다니면서 노래하기도 했다. 버스킹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저인줄도 모르고 듣다가 '잠깐만, 혹시 려욱인가?' 하는 분들도 있었다. 감사한 기억들이다. 덕분에 어느 무대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 자신이 생겼다"
-입대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많겠다.
"비록 2년 동안 활동은 멈췄지만, 마음가짐은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변했다. 군 생활할 때 '감사노트'를 매일 쓴 덕분인 것 같다. 하하. 아, 월급도 다 모아서 전역 후 500만 원 가까운 돈을 어머니께 드리기도 했다. 어머니가 아직 그 돈을 안 쓰고 가지고 계신다"
"그렇다. 이번 앨범을 아예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듣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먼저 들려준 지인들에게 '너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하고 있다. 타이틀곡은 겨울 냄새가 나지만, 밝은 트랙들도 많다. 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은 앨범이다"
-성적 이외의 목표는.
"많은 분들이 각박한 세상 속 제 앨범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한다. 이런 목표를 잡게 된 일화가 하나 있다. 훈련소에 있을 때 '형, 나 내일 퇴소할거야'라고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붙잡고 밤새 퇴소하지 말라고 만류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그 친구는 무사히 전역을 했고, 전역할 때 저에게 '형 덕분에 전역했다'는 문자를 보내줬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번 앨범에 제 이야기를 담아 보자는 생각을 했다. 제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듣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셨으면 좋겠다"
-려욱에게 이번 앨범은 어떤 의미인가.
"한 곡이 터지고 난 뒤에 줄줄이 히트곡이 생긴 가수 분들이 많지 않나. 저에게 이번 앨범이 그런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전까지는 노래를 부르는 데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직접 곡도 열심히 쓰면서 좋은 음악을 자주 들려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