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군에서 전화 한 통 해줬으면 아들 살았을 것"

장병 유가족들 "군 의료체계 믿을 수없어"
"군 의료개편 10년 넘게 추진·중단 반복"
군 의료인력 1700명, 전문의는 60명 뿐
미군 예산의 7% 이상 의료에, 국군은 0.6% 불과
"조직 축소로 군의관 사기저하" 지적도

(사진=자료이미지)
5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 컨벤션에서 열린 군 의료시스템 개편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지부진했던 군 의료 개선 노력과 군의관들의 사기 저하문제,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개탄 등 우리 군 의료시스템과 정책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국방부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의원이 주관한 것으로 국방개혁 2.0 차원에서 추진되는 국방부의 군 의료시스템 개편 계획을 듣고 패널들의 토론과 일반 참가자들의 의견 개진과 질의 응답 식으로 진행됐다.

권영철 국방부 보건복지관은 발제를 통해 "2006년 이후 4차례의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 추진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와의 격차가 심화되고 군 의료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며 "군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분야는 강화하되 나머지는 민·관 의료를 활용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근본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의무복부 중 질병과 부상에 대해 군병원과 민간병원 구분없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군의무시설 현대화와 군병원의 특성화 및 효율화, 국군외상센터 설립, 무자격자가 의료보조행위를 하는 사단급 이하 의무실의 기능 조정, 국군의무사령부의 기능 보강 다양한 대책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패널로 나선 윤석준 고려대 교수는 외상 센터설립에 대해 "센터가 제대로 되려면 대학병원 수준의 배후 병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국군 수도병원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역시 패널로 나선 석웅 육군본부 의무실장(준장)은 국방당국의 군 의료 정책의 구조적인 문제를 가감없이 꼬집었다.

석 실장은 "군 의료개선 정책이 수차례 추진과 중단 반복되고 있다"며 "그동안 발전계획은 수립됐지만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육군 의료인력이 1700명인데 인턴 등을 제외한 전문의는 60명 뿐"이라며 "전향적인 인력확충이 필요하다. 미 국방부는 국방예산의 7% 이상인 42조원을 군 의료에 쓰는데 우리는 전체 국방예산의 0.6%인 2500억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장기복무 군의관들은 명예와 자긍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국군의무사령부 조직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큰 갈등을 하고 있다. 군의관들의 업무와 책임은 두배, 세배로 늘어나는데 직급이 하향 조정되고 영관급 장교수를 축소하는 상황"이라며 "조직 감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군의무사령부의 직급 하향과 조직 축소는 국방개혁 2.0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지만 군 의료 체계와 환경 개선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석 실장은 의료법상 무자격자인 사단급 이하 의료요원들의 의료보조행위를 없애겠다는 국방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요원들이 평시에도 의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시에도 대비해야 되는데 전투현장에서는 의무병들이 의료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을 앓다가 자식을 잃거나 치료 중인 장병 유가족과 가족들의 울분도 쏟아졌다.

공모(여)씨는 "아들이 논산훈련소에서 뇌수막염에 걸렸지만 방치돼 2012년 사망했다"며 "언론보도와 달리 군 의료체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생명권을 보장하지 않는 군을 믿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국군수도병원에서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며 "수도병원에는 가난한 아이들만 있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엄마들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 병원이 예산 문제로 고가의 진료비를 지원해야 하는 민간병원 진료를 즉각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료가 시급하지만 절차를 밟는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장병의 인생과 가족의 삶이 망가졌다는 가족의 원망도 쏟아졌다.

한 장병 유가족은 "자식이 죽고 나서야 무슨 병인 줄 알았다. 전화 한 통화만 해줬으면 우리 아들을 살았을 것"이라며 "이미 아들은 병에 걸렸는데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부모에게 연락도 안해 주는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1시간 30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장병 유가족들의 울분과 원망이 쏟아지면서 2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정책과 군 현장의 목소리가 다르다, '제대로 의견수렴을 거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등의 질의에 "군내 의견을 들었고 앞으로도 들을 것"이라며 "부모들이 군에 자식을 보내놓고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군 의료를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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