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극 녹여낸 '스윙키즈'…도경수 등에 'PW'는?

한국전쟁+탭댄스…희극으로 강화되는 강렬한 비극
거제포로수용소, 당대 한반도·현대 한국사회 축소판
"포로 사이 친공·반공으로 편 갈리면서 극심한 마찰"

영화 '스윙키즈' 스틸컷(사진=NEW 제공)
겨울 대목 극장가를 겨냥한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영화 '스윙키즈'가 지난 4일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를 피로 물들인 6·25 당시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이념 공세와 혐오가 빚어내는 극한의 대립과 갈등을 그렸다.

남북분단·남남갈등과 같은 한국전쟁 여파가 여전히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극중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당대 한반도는 물론 각종 혐오 정서에 몸살을 앓는 현대 한국 사회 축소판으로 부를 만하다.

탭댄스를 소재로 끌어들임으로써 희극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스윙키즈'는 차별화를 꽤했다. 경쾌한 음악에 즉각 반응하는 배우들의 자유로운 몸짓은 억압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극중 포로수용소 풍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희극이 오히려 비극을 강화해 버리는 이 영화의 강렬한 인상 역시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극중 주인공인 북한군 로기수(도경수)를 비롯해 포로수용소에 갖힌 사람들의 옷 등판에는 하나같이 알파벳 'PW'가 낙인처럼 새겨져 있다. 이는 '프리즈너 오브 워'(Prisoner of War)의 약자로 전쟁포로를 뜻한다.

'스윙키즈' 배경인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유엔군 관할 아래 경남 거제도에 세워진 거제 포로수용소는 12㎢(360만평) 크기에 17만여명에 달하는 포로를 수용했다. 그렇게 이곳은 남·북·미·중 등 여러 나라 문화가 혼재된 이질적인 공간으로 자리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따르면, 1951년 초부터 공사가 시작된 거제 포로수용소는 당초 포로 6만명을 수용할 계획이었으나 나중에는 22만명 수용 규모로 확대됐다.

이곳은 공사와 거의 동시에 포로를 수용하기 시작했는데, 그해 2월 말 이미 5만여명이었고 3월말 약 10만명에 달했다. 포로 이송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6월 말에는 북한군 포로 15만명, 중국군 포로 2만명 등 최대 17만 3천여명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전으로 번진 한국전쟁의 참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유적공원 측은 "거제 포로수용소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사이 유혈살상이 자주 발생했다"며 "1952년 5월에는 수용소 사령관 돗드 준장이 포로들에게 납치되는 등 냉전시대 이념 갈등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서 1951년 3월에만 6번의 단식투쟁·연좌시위와 4번의 자해사건이 발생했고, 그해 7월 휴전회담이 열리자 수용소 내 분위기가 이상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포로송환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많은 포로들이 북한 또는 중국으로 돌아갈 것을 거부하는 뜻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포로들 사이에 친공과 반공으로 편이 갈리면서 마찰이 표면화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곳 포로수용소는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돼 33일 동안 포로 송환 작업이 이뤄지면서 폐쇄됐고, 1983년 12월 경남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영화 '스윙키즈'에서도 수용소 내 첨예한 갈등이 극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는 만큼, 제작진에게 거제 포로수용소 재현은 중요한 과제였다. 당대 거제도 자연 환경과 비슷한 부지를 강원도 삼척에서 찾아낸 제작진은 영상·사진 등 다양한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인력 200여명을 투입해 3개월 시공을 거쳐 3만3천여㎡(1만평) 규모의 오픈세트를 세웠다.

'스윙키즈' 측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 베르너 비숍이 촬영한 거제도 포로수용소 모습 등 철저한 검증과 자료조사, 전문가들 자문을 바탕으로 공간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며 "한국전쟁 한복판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탭댄스팀이라는 소재 역시 베르너 비숍의 실제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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