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소외 이웃을 위한 90년

[앵커]

추운 겨울이면 소외 이웃을 돌아보게 하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우리 사회에서 모금을 시작한지 올해로 90주년을 맞았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이웃 향한 따듯한 마음을 일깨운 자선냄비는 오늘날 나눔문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구세군 자선냄비 90주년이 갖는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최경배 기잡니다.

[기자]

개신교 교단인 구세군은 1908년 영국 선교사인 허가두 사령관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선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구세군 선교 초기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로 서민들의 삶은 피폐했습니다.


거리에는 집 없이 떠도는 부랑자가 흔했고, 추운 겨울을 뗄감 없이 보내야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구세군은 극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1928년 12월 처음으로 자선냄비 거리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황선엽 사관 / 구세군역사박물관 관장
“겨울철에는 난방을 할 수 있는 장작들이 없어서 추위에 떨고 있는 주면 시민들을 바라본 선교사들이 미국에서 시작된 자선냄비 운동을 생각하고 처음으로 1928년 12월에 자선냄비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928년 12월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된 금액은 약 850원, 구세군은 이 돈으로 구세군본부 근처에 급식소를 차려 매일 1백여 명의 걸인들에게 따듯한 국과 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지난 90년 동안 6.25 동란 때를 제외하곤 해마다 12월에 거리에서 모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넉넉하진 못하지만 구세군 봉사자들이 빨간색 자선냄비를 세워놓고 종을 흔들면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생각하며 지갑을 열어 왔습니다.

90년 역사 속에 자선냄비는 나눔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전문적인 모금 기법을 동원하는 다른 기관들과 비교하면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 규모는 적은 편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이웃들이 살아가는 거리 현장에 나가 종을 흔드는 전통적인 모금 방식은 이름 없는 시민들의 마음을 녹여 나눔을 실천하게 이끄는 소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선엽 사관 / 구세군역사박물관 관장
“구세군의 활동은 언제나 삶의 현장, 아픔의 현장, 또 거리에서 시작된 운동인 까닭에 자선냄비 운동은 거리에서 끝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아마 예수님이 다시 오시기 전까지 우리가 이 활동을 한다면 자선냄비는 거리에서 지속될 겁니다.”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12월, 구세군은 어김 없이 차가운 거리로 나섭니다.

90년 동안 이어져 온 자선냄비 종소리.
경제가 성장한 오늘날에도 굶주리고 병들어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과 함께 살아가자는 호소를 담아 울리고 있습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영상취재 / 정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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