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하며 사법행정을 총괄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은 동시에 구속 기로에 놓였다. 양 전 대법원장, 본인도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한 재판개입 의혹에 직접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직접 개입 정황은 양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에 법원행정처의 보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나섰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직접 조사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는 물론, 사법처리까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년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과 관련해 당시 전범기업을 대리했던 김앤장 소속 한모 변호사를 여러 차례 접촉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앞서 지난달 12일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를 뒷받침할 단서를 확보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범기업 대리인 측과 대법원이 직접 접촉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직접 접촉한 사람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으로 여러 차례 직접 만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외교부에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양 전 대법원장의 의중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특정 성향의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도 직접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압수수색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에 걸쳐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 등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구체적인 인사 조치 방안에 직접 'V' 자로 표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법원행정처 차장과 처장, 대법원장이 직접 결재한 서명이 기재돼 있어 이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로도 꼽히고 있다.
검찰은 문건에 거론된 법관들이 실제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 속에 이달 중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속한 수사도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간을 정해놓으면 엄정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시스템 아래, 엄격한 지휘, 감독하에 벌어진 일이기에 상급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전례와 국민 상식에 맞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