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고자 만들어진 단체 '위인맞이환영단'(이하 환영단).
환영단은 지난 26일 발족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배려와 솔직함 그리고 겸손함까지 갖춘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뜨겁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는 사업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자회견 중 김수근 단장은 "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열렬한 팬"이라며 "나는 공산당이 좋다"라는 도발적인 발언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환영단 외에도 백두칭송위원회라는 이름의 단체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공개리에 하고 있다.
그러자 보수 단체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단이 이들 단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정은 환영 단체들은 과연 국가보안법(국보법)을 위반한 것일까?
이들 단체가 위반했다는 국가보안법은 국보법 제7조 1항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등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양심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꾸준히 논란이 됐다. 그 중 제7조는 개념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 때문에 가장 많이 비판 받아온 조항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1992년부터 수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해왔으며, 1999년에는 그와 함께 제7조의 시급한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했다'는 전제에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사실 해당 문구가 생긴 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이었다. 1990년에는 제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알면서'라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해 헌법재판소가 '그러한 전제가 있을 때만 처벌해야 합헌'이라는 취지로 제7조 5항에 한정합헌(위헌의 소지가 있는 법률을 헌법정신에 맞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결정)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조항이 너무 모호하다며 "북한 어린이에게 노래를 잘한다고만 해도 '찬양'으로, 북한 주장과 일치하기만 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동조'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범위한 처벌 가능성으로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알면서'라는 전제가 있어야 했고, 판결 이듬해인 1991년에는 이 문구를 명시하는 법개정이 이뤄졌다.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제7조는 7차례의 위헌심판을 받았으나,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구성요건이 있기 때문에 확대해석의 위험이 적다고 봤다.
또한 국가보안법 제1조 2항에서는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제1항의 목적(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해 국가 안전과 국민의 생존·자유 확보)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이런 국가보안법의 맥락을 고려할 때,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요건을 충족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공산당이 좋다", "김정은 위원장은 위인"이라는 발언은 국가 안전이나 체제를 위협했다고 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올해 5월 4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칭찬하거나 그에 대해 친근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실제 판례를 살펴봐도 국가 안전 및 질서를 위협했다는 판단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산청 간디학교 교사 최보경 씨는 2008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배포)로 기소돼 7년에 걸쳐 1심, 항소심, 대법원 모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자료집 등을 두고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면서도,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이적표현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과거 활동내용과 전과, 표현물의 입수와 보관경위, 이적단체 가입 여부 등 제반 사항"에 비추어 볼 때 이적행위의 목적이 아니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확정했다.
1990년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제7조에 관한 위헌심판'(89헌가113)에서 제시한 이적행위의 기준도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 △영토를 침략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것이라 보았다. 또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는 우리의 내부체제(△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7조가 적용되려면 국가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는 내용 및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국가보안법 제7조의 법적 기준이 넓지 않다고 본다.
박상식 경상대학교 교수는 2013년 발표한 <국가보안법 제7조의 남용사례와 해석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의 '위험성' 기준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 법원은 위험성을 판단할 때 '명백설'을 기준으로 한다. 국가의 존립·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 또는 위해를 줄 위험성"이 있을 때에 비로소 위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1990년 이후의 헌법재판소, 대법원 판결에서 "(이적 표현물로 판단하려면) 폭력 등 비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헌법의 기본질서를 폐지·전복할 것을 유도, 선동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위험성'을 초래하는 행위의 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정해둔 셈이다.
논란이 된 김 단장의 "나는 공산당이 좋다", "김정은 위원장은 위인"이라는 발언은 북한을 선전한다기보다는 감정적 선호를 표현한 것에 가깝기에 국보법 제7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해당 발언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는 표현의 표면적인 내용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판례에 따르면, 국보법 제7조를 위반하는 이적표현 여부는 △표현의 내용 △표현의 동기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형태)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해 판단하게 돼 있다. 이적단체 여부를 판단할 때도 종합적인 요소들을 살핀다. 해당 단체의 표면적인 활동 목적을 넘어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모두 고려해 해당 단체가 실질적으로 국가에 해악을 미칠 수 있는지도 살핀다.
이들 단체가 북한 측과 소통한 정황이 있거나 향후 북한의 구체적인 정책 선전 활동 등의 행보를 보인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판결도 나올 수 있다.
2012년 김모 씨도 김정일 전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보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김씨가 쓴 편지는 비록 생일 축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김정일 체제와 그가 제시, 추진하는 통일 노선을 비롯한 정책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치켜세우고 이에 찬성해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편지를 보내기 앞뒤로 오랫동안 북한 대남공작원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소통한 전력이 있었고, 공작원을 통해 편지를 전달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해당 편지 전달은 국가 존립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종합하자면, 환영단이나 백두칭송위원회 측이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은 '위인'"이라거나 "나는 공산당이 좋다"라고 말한 것으로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 다만 단체의 행보, 북한과의 접촉 여부 등 다른 정황까지 문제가 된다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