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왕건상 비워둔 '대고려전', 전세계 흩어진 고려 보물들 다 모였다

북 유물 협조받지 못해 왕건상 비워둔채 전시 시작
700년만에 서울나들이한 고려 불상 등 불교문화 진수 한자리에
영국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각국에 흩어진 고려 유물들 대관

(사진 = 조은정 기자 )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려의 귀한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왕건상'을 비롯한 북한 유물은 실무 접촉이 이뤄졌지만 들여오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의 3일 개막을 알렸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4개국 11개 기관을 포함해 총 45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품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광복 이후 고려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최대 규모의 특별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왕궁상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9점의 고려 유물 대여를 추진했다가 끝내 성사되지 못하면서 이례적으로 왕건상을 비워둔 채 전시를 시작했다. 왕건의 스승인 해인사 화랑대사의 조각상인 건칠 화랑대사 좌상 옆에 왕건의 빈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지난 10월에 마지막으로 실무자 접촉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며 "(북한에)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시점에서 실무적인 접촉이 다시 지속되면 절차대로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관장은 왕건상을 비워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를 담아 전시하는게 좋을 것 같아 왕건상을 비워뒀다"며 "비워둔 그 자체가 왕건상이 오기를 바라고 남북 문화 교류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염원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왕건상은 오지 않았지만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고려의 귀한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의 의미가 깊다.

대표적으로 고려시대에 가장 연식이 오래된 해인사 장경판전의 실물이 전시된다.

귀한 불교 유적들도 다수 선보인다. 약 700년 동안 사찰을 지켜오고 있는 대승사 금동아미타불좌상과 장곡사 금동약사불좌상은 처음으로 전시를 위해 옮겨져 서울 나들이를 왔다.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에 소장된 <아미타여래도>는 고려 불화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도상이다. 불상 내부에 납입된 옷가지들과 섬세한 직물들은 수백년의 역사를 지나와 관객들을 만난다.

고려 청자의 아름다운 비색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개성 부근 무덤에서 출토된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 주전자 <은제주자와 승반>은 놀랍도록 정교한 모습을 뽐낸다. 꽃모양의 그릇과 주전자, 붓꽂이, 보석 등 고려의 화려한 문화를 보여주는 귀한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이어진다. 오는 5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미술>이라는 연계 학술대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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