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1일 국빈 방문을 위해 뉴질랜드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 트럼프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바 이뤄주겠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열려있고 북미간 비핵화 대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란 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순차적으로 올해 말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미간 고위급 접촉이 공전하면서 북미간 추가 '핵담판'은 내년 초로 연기됐다.
청와대는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구두 합의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먼저 열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할 지, 반대로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도출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이어 남북미 종전선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좋을 지를 두고 고민해왔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북미간 비핵화 대화에 긍정적 모멘텀'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기존의 흐름과 상관없이, 오히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 북미관계 개선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자신감을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성사되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일부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G20 행사장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는 김 위원장에 대해 아주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김 위원장을 좋아한다. 그런 만큼 함께 북미간 합의를 이행하기를 바란다. 또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내가 이뤄주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미간 관계 정상화는 물론 향후 경제개발을 위한 각종 금융·제도·인프라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간 뉴욕 채널 혹은 정보라인 물밑 접촉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남북 정상간 튼실한 신뢰를 본인도 인지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나 고위급되담이 이뤄지기 전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면 혹시라도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으로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과거 북한은 비핵화에 관해 우리 정부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비핵화 문제는 오로지 미국하고 대화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는데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의미도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70년 만에 이뤄진 엄청난 역사적인 사변이 듯이 북한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 등 모든 것을 담은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서울 방문이 형식이 아닌 내용적 면에서도 더 알찬 내용들이 담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답방이 이뤄진다면 의제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연내 서울 답방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조금 더 지켜보자"고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상응조치 선후 관계 배치"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간 힘겨루기가 팽팽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상호 신뢰조치에 기반한 '타임테이블'을 만들어 비핵화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4가지 합의를 이뤘다. 북한은 비핵화와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미국은 적대관계 청산에 이은 관계 정상화"라며 "이런 게 서로 교환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합의가 된 것이다. 합의 이행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각각의 조치들이 선후적으로 어떻게 배치될 것인지 하는 일종의 타임테이블은 북미간에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원칙적 합의만 이룬 것이기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좀 더 큰 타임테이블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추가 비핵화를 견인할 미국의 상응조치 혹은 신뢰조치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당장 제재 완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상응조치란 반드시 제재의 완화 또는 해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미 군사훈련 연기나 축소도 일종의 상응조치"라며 "인도적 지원과 스포츠·예술 교류 등 비정치적 교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간 철도 연결을 위한 사전조사 연구 등의 조치도 포함된다"며 "그런 가운데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도 생각할 수 있다.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는 미국이 판단"
문 대통령은 풍계리와 동창리,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와 외부 검증 등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유럽 순방 등을 통해 북한이 취하는 비핵화 조치가 어느정도 진전돼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추가 비핵화 조치를 위해서라도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취지의 기자들 질문에 문 대통령은 "그 판단은 결국 미국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단히 긍정적으로 진전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장과 미사일 실험장을 폐기하고 미국의 참관이 이뤄지고 다음 단계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되는 방식으로 나가면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진행 과정과 협상에 따라 (북미) 상호간 판단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일체의 도발을 안 했고, 김 위원장은 직접 전세계 언론 앞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핵실험장과 미사일 시험장 폐기, 미국의 참관 약속, 상응조치에 대한 전제 조건이 있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까지 했다"고 상기시켰다.
또 "대단히 긍정적인 흐름이자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진 일"이라며 "초기 진전이 워낙 빠르다보니 고작 한 두 달 정체 때문에 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은데 2차 북미 정상회담만 해도 (당장) 내년 초에 열린다. 저는 이 과정이 잘 이뤄지리라고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