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확정’ 전남, 그들이 보여준 프로의 자존심

전남은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올 시즌 함께 경쟁한 팀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등은 결정됐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같이 경쟁한 팀에 대한 마지막 예의잖아요"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8라운드. 홈 팀 인천의 입장에서는 올 시즌도 1부리그에 생존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이었지만 원정팀 전남은 이미 리그 최하위와 함께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상황에서 열렸다.

인천은 반드시 승점을 얻으며 1부리그 잔류를 자축할 기회였지만 전남에는 유종의 미 그 이상을 바라기 어려운 경기였다.


하지만 올 시즌 전남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김인완 감독대행의 생각은 달랐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인천전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인천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대행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등장했다.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복잡미묘한 그의 표정은 당연했다.

“시즌 중간에 팀을 맡아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팬들께도 죄송하다”고 입을 연 그는 “비록 1부리그 강등이 결정됐지만 (인천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같이 경쟁한 팀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부상 당한 선수들을 빼고 최정예로 준비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약 50여명의 원정 응원단도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선 전남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뛰어라!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응원석에 걸고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전반 39분 0대2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절묘하게 무너뜨리고 골키퍼 일대일 기회를 잡은 허용준의 만회골이 터지자 전남 응원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졌다. 전남은 후반 들어 더욱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동점까지 노렸다. 하지만 후반 11분 인천에 세 번째 골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1대3으로 인천 원정에서 패배한 전남 선수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원정 응원석을 향했다. 하지만 전남 서포터는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자신들을 향해 고개 숙이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비록 2019시즌은 창단 후 처음으로 2부리그에서 맞게 된 전남이지만 그들은 선수도, 팬도 마지막까지 자존심만큼은 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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