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음주운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는 게 실상이다.
◇ 상습운전자…'벌금형', '실형' 제각각
만취 상태서 상습적으로 운전대를 잡은 한 변호사도 1심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항소심서 벌금형으로 감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음주운전으로 4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50대 남성이 5번째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만취차량에 치어 20대 청년이 사경을 헤매다가 끝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청년의 이름을 따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면 최소 징역 3년을 선고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윤창호법이 적용되면 앞으로는 음주운전 관련 형량이 좀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부분에 판사들은 동의하면서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차 때문에 형량이 제각각인 실정이다. 그래서 판사들을 만나 세가지 쟁점을 물어봤다.
◇ 음주운전 '피해자' 특정할 수 있나?
A판사: 음주운전이 사고로 이어진 게 아니라면 강하게 처벌하기 힘들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서다. 가령 폐수를 하천에 흘려보내도 처벌이 미미한 실정인데, 이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한계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B판사: 음주자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불특정다수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오히려 엄하게 처벌해야한다. 기대수명이 긴 아이가 음주차량에 치어 숨졌다고 생각해봐라.
◇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인가?
A판사: 누군가를 치겠다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니다. 음주운전은 법적으로 고의성이 없는 '과실'의 문제다. 가령 상해를 입히겠다는 '고의'에 사망이라는 '과실'이 결합한 상해치사죄도 법정형 하한이 징역 3년이다. 그런데 과실 문제인 음주운전치사죄를 5년이라고 보는 것은 법 형평에 맞지 않다.
B판사: 음주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행위 자체에 '미필적 고의'(범죄결과 발생가능성 인식)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미 캠페인, 광고, 언론보도 등으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는 '영향' 없을까?
A판사: 술을 강제로 권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다. 보통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강권하는데, 그러다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술에 의한 실수에 관대한 분위기다. 심지어 술을 구하기도 쉽고, 매체에서도 술자리 장면이 종종 나와 자연스럽게 술에 관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B판사: 요새 술은 강권하기 힘든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최근 미투(#MeToo) 열풍 이후 더욱 그렇다. 술 문화가 남아있다 해도 대리운전, 대중교통 등 음주운전을 피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과거에 비해 매우 발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