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은 지역 금융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1천만원 이상 인출이 발생하면 기관이 무조건 112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접수 즉시 인근 지구대·파출소에 긴급출동명령 이른바 '코드1'을 지령하고, 현장 경찰관이 인출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살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범죄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런 지침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이어져 왔지만, 과도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됐다.
대구청 소속 한 경찰관은 지난달 26일 경찰 내부망에 "단지 고액을 찾는다는 이유로 시민이 경찰관에게 휴대폰을 보여주고 사람들로부터 범법자 취급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범죄를 신속히 예방해 피해를 줄인다는 목적이 과연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보다 위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나흘 만에 8천명이 넘게 봤고, 공감한다는 의견이 댓글로 상당수 달렸다.
"고객이 경찰의 의도를 잘 이해해주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다", "신고 출동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면 지침을 기획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냐"라는 취지의 지적이 많았다.
그는 "1천만원 이상인 경우 정상 거래라면 인출보다는 이체가 더 많을 것"이라며 "금융기관 직원이 피해 의심 유무를 판단하기 쉽지 않아 신고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파장은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경위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헌법 위에 내부지침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경찰 안에 있는데 이번 대구청 지침은 그런 농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관 B씨의 경우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실적에 급급한 것 아닌가 싶다"며 "이와 관련해 하루에 신고되는 건수가 30건 미만이라고 하지만 어떤 의미론 30명에 대한 감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구 지역 C경위는 "고액을 찾는 고객 중 전세자금이라거나 사업자금이라고 행원을 속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행원들도 속아서 돈을 내줘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있을 정도다 보니 강력한 예방지침이 필요한 건 맞다"고 설명했다.
대구 지역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은 안전인데 해당 지침 이후 범죄를 미리 예방했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