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모텔·떡볶이…사진 속 청소년 성매매

십대여성인권센터, 오는 9일까지 전시
'떡볶이 화대' 하은이 사건 사진으로 연출
일본 성매매 실태도 함께 조명

(사진=서은미 작가/십대여성인권센터 제공)
지난해 고등학생 사라(가명·19세) 양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풀숲에 멈췄다. 운전석에는 "아픈 아들을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도와 달라"던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그는 느닷없이 서랍에서 수갑을 꺼내 사라의 손목에 채웠다. 무서운 마음이 들었던 사라는 겨우 탈출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얼마 못 가 붙잡혔고, 성폭행을 당한 뒤 버려졌다.

피해자 상담기관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사라가 이 남성을 만난 건 스마트폰 일기장 애플리케이션(앱)에서였다. 집에선 폭행을 학교에선 왕따를 당하던 사라가 친구를 사귀고 싶어 그나마 찾은 곳이었다.

시종일관 성매매만 요구하던 다른 남성들과 달리 그는 친절한 말투로 댓글을 달았고, 직접 만나서는 옷과 신발을 사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목적지도 역시나 모텔이었고, 수갑 사건 이후 사라는 임신중절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사라의 사연은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의뢰를 받은 서은미 작가의 사진으로 옮겨졌다. 서 작가는 숙박업소로 보이는 어두운 공간에 여학생 교복과 수면 가운을 벽에 걸어 청소년 성매매를 연상할 수 있는 사진을 연출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이를 비롯한 사진 수십장과 피해 청소년이 심리치료를 받으며 만든 작품 30여점을 지난달 28일부터 이화여대 대산갤러리에 전시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등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전'은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서은미 작가/십대여성인권센터 제공)
전시에는 13세 지적장애아가 지난 2014년 닷새 동안 6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법원에서 성매매라는 판단을 받았던 이른바 '하은이 사건'도 한 컷의 사진으로 옮겨졌다.

사진에는 당시 하은이(가명)가 한 성매수남으로부터 얻어먹었다가 나중에 '화대'로 인정돼 성매매 판단의 근거가 됐다고 알려진 '떡볶이'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 생각보다 많이 있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이 '내가 여기 있다'고, 그리고 옆에 있는 우리들은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는 의미로 전시회를 준비했다"며 "특히 성매수자들에게 이 전시회를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 '콜라보(Colabo)'의 도움을 받아 일본의 성매매 실태도 함께 조명하고 있다.

콜라보의 니토 유메노 대표는 "일본은 여고생을 성 상품화하는 'JK비즈니스' 업체가 많을 때는 도쿄에만 174곳이나 있을 정도로 체계화 돼 있다"며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구매하는 사람이 당당하고 여성이 협박을 느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