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들 "북한에선 천 생리대 재활용…종이로 때우기도"

여자들이 하는 병? 나쁜 피?
일회용 생리대 비싸 천, 종이로
생리통에 아편 든 약 먹기도

대동강, 밀화부리, 장미. 북한 장마당(시장)에 팔리는 일회용 생리대 이름이다. 하지만 북한의 일반 여성들은 평소 이런 것들을 거의 쓰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대동강 생리대도 10개짜리 한 팩에 평균 3~5천원을 호가한다. 쌀 1kg이나 옥수수 5kg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 이마저도 쉽게 살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헌 생리대를 하나로 만들어 쓰기도"

북한인권정보센터는 30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탈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는 아직도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탈북한 여성 100명 가운데 대부분인 94명(중복 응답 가능)이 북한에 있을 당시 천 생리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일회용 생리대를 썼다고 응답한 사람은 64명에 불과했고, 심지어 종이를 사용했다고 답한 경우도 9명이나 됐다.

이 센터 소속 심진아 연구원은 "최근엔 규격화되어 가고 있지만 북한 여성들은 주로 장마당에서 원하는 길이만큼 가제 천을 사서 집에서 재봉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한 북한이탈 여성은 "북한에서 일회용 생리대는 한 번도 써 보지 못했다"며 "천 생리대는 세탁하는 과정에 삶고 빨래 망치로 두드려야 해서 쉽게 해지지만, 헐은 걸 모아 하나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라고 했다.

심지어 구금시설에 갇힐 경우에는 그런 가제 천마저 그림의 떡이었다고 한다.

보위부에서 생리대를 제공받지 못한 여성 구금자들은 헌 이불·내의 등을 찢어 만들거나 강냉이와 가제 천을 바꿔 다른 구금자들과 같이 쓴 적도 있다고 기억했다.

◇ 상당수가 생리 관련 질병 앓아…치료는?

헌 옷으로 만든 생리대를 쓰고 세탁도 제때 할 수 없는 등 위생 상태가 열악하다 보니 생리 관련 질병을 앓았던 여성도 상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명 중 57명이 생리통을 앓은 적이 있었고, 생리 주기 불순이나 빈혈을 겪었던 여성은 각각 42명, 31명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 생리통약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는 여성들이 있었고, 일부는 아편 성분이 들어간 중국산 진통제 '정통편'을 먹어야 했다고 센터는 밝혔다.

아울러 생리가 중단되거나 불순했다는 여성이 37명, 생리 과다출혈이 27명, 부정출혈이 있었다고 밝힌 응답자는 12명이었다.

센터 측은 이런 점에 비춰 북한 내 경제적 취약 계층에 생리대를 지원하는 한편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민 연구원은 "한 여성은 북한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위생(생리)하는 간나, 어서 내리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며 "북한에서는 생리를 '여자들이 하는 병', '나쁜 피' 등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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