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당신, 혹시 '관계중독자?'

[한주의 책갈피] 책 <나의 인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등

CBS 노컷뉴스 [한주의 책갈피]는 최근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책 한권이 주는 위로는 큽니다.

◈ 나의 인도 (박완서 법정 신경림 이해인 문인수 강석경 나희덕 동명 박형준 김선우 이재훈 지음)

'인도' 여행의 후기는 극과 극이다. 다시는 가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과 내내 그리워하는 사람.

새 책 <나의 인도>는 박완서, 법정, 신경림, 이해인 등 유명 작가들의 인도 체험 여행기를 묶은 에세이집이다.

11명의 문인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인도를 바라보고, 다른 기억을 간직했다. 어떤 이는 인도 여인의 검은 눈동자로 인도를 기억하고, 어떤 이는 갠지스강 화장터에 타오르던 불꽃으로 인도를 기억했다.

가난하고 어지롭고 무질서한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모습은 인도가 왜 특별한 곳인지를 깨닫게 한다.

◈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윤선현 지음)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간소한 삶을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대인들은 소유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잡동사니 물건에 쌓여 산다.

대한민국에서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처음 만든 윤선현씨가 정리의 행복에 대해 써내려간 신간을 발표했다. 책 제목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이다.

저자는 정리에 대해 생활 패턴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으로 접근한다. 정리는 오롯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만드는 "유동적인 질서이자 지속적인 삶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2000여곳의 집을 정리하며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을 읽다보며 내 인생을 꼭 필요한 것으로만 채우는 기술을 깨닫게 된다. 말끔히 정리되고 비워진 그 지점에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이 설계될 수 있다.

◈ 소녀와 여자들의 삶, 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소설, 정연희 옮김)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의 여류 소설가로 '우리 시대 체호프'로 불릴 만큼 현대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 평가된다. 201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행복한 그림자의 춤> 등 단편 소설집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사랑받았다.

국내에도 팬층을 형성한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두권이 문학동네에서 새로 나왔다.

단편을 주로 썼던 엘리스 먼로의 유일한 장편소설 <소녀와 여자들의 삶>과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을 묶은 <착한 여자의 사랑>이다.

장편 <소녀와 여자들의 삶>은 먼로의 자전적인 소설로 1940년대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그렸다. 자의식이 생기고, 스스로를 소설가로 인식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까지의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단편 소설집 <착한 여자의 사랑>은 1998년도에 발표한 작품으로 원숙하고 무르익은 먼로의 중,후반기 대표작들을 모았다.

이 소설집은 길러상을 시작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트릴리엄 북 어워드까지 세 개의 문학상을 먼로에게 안겨준 수준 높은 작품이다. 먼로는 주로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들을 통해 예측불가능한 사랑, 격식을 차린 사회의 내면에 도사린 긴장과 기만, 인간의 욕망과 본성 등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 그 마음을 그대는 가졌는가-옛 그림이 오늘의 당신에게 (김정숙 지음)

서울대 미대 동양화를 전공하고 전통 미술 감상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김정숙씨가 옛 그림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그 마음을 그대는 가졌는가-옛 그림이 오늘의 당신에게>이다.

저자는 화가와 감상자의 양쪽 편에서 옛 그림을 읽어낸다. 1부 '아침 새소리는 나를 깨우고'에서는 태도와 감정을 키워드로 옛 그림과 일상을 교차시키고, 2부 '곳곳마다 핀 매화는 봄을 부르네'에서는 자연을 대상으로 그린 옛 그림을 다룬다. 3부 '어지러운 세상에도 새 바람은 불어와'에서는 세상사를 반영한 그림을 한데 모았다.

감상자들이 옛 그림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친근한 대중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짓고 현재와 과거를 아우른다.

◈ 분노와 애정- 여성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등 16명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엄마가 된다는 것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양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엄마됨'이 갖는 고통과 행복의 감정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이를 헤처나간 여성들의 기록은 그래서 소중하다.

책 <분노와 애정>은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사진작가 모이라 데이비가 38살에 첫 아이를 낳고 위기에 봉착했던 시기에 자신의 멘토가 돼 준 여성작가들의 글을 다른 엄마들과 공유하기 위해 엮은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부터 영미 페미니즘 시의 선구자 에이드리언 리치, SF 작가 어슐러 르 귄, 거장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등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이 '엄마됨'에 맞닥뜨리며 느낀 진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여성이자 엄마, 작가인 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을 통해 엄마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 관계 중독 (달린 랜서 지음, 박은숙 옮김)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고, 파트너가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배우자나 자식이 잘되는 데서 자존감을 찾는 사람들. 모두 삶의 의미를 '나'가 아닌 '너'에게서 찾는 사람들이다.

에너지가 온통 타인에게 쏠려있어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언하기 위한 책이 나왔다. 바로 <관계 중독>이다.

미국 심리상담가이자 인간관계 상담가인 달린 랜서가 쓴 이 책은 홀로 서지 못하고 남과의 관계에 있어서만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관계 중독자'라 부르고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관계 중독자의 내면에는 '수치심'이 있다고 말한다. 수치심과 관계중독은 서로를 자양분 삼아 우리의 삶을 망친다. 저자는 심각한 관계 중독자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수치심과 관계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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