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사립유치원 개혁에 정면 반발하며 29일 광화문에서 '유치원 3법' 저지 집회를 가진 가운데 경기도 용인의 한 사립유치원에선 일방적인 폐원 통보에 학부모들이 폐원반대 시위를 벌였다.
용인시 수지구 소재의 원생 185명 규모의 A유치원에 5살짜리 딸을 보내는 직장맘 이모(37)씨는 갑작스런 폐원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26일 폐원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유치원측의 납득할 수 없는 폐원 사유와 허술한 폐원 준비 과정 등을 문제 삼으며 이날 30여명의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폐원 반대 피켓을 들고 나왔다.
A유치원의 폐원 사유가 원장 일가의 '가정사' 때문이란 것에 학부모들은 실망했고, 정상적인 절차 없이 유치원이 제시한 대책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유치원 사랑해요', '끝까지 지켜주세요', '무단폐업 반대' 등의 팻말을 들고 "유치원 폐원 결사 반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요", "원장님 제발 소통 좀 해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유치원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 원장은 병상에… 원장 대행은 '무자격' 남편 몫 논란
설립 13년차인 A유치원은 이른바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도 오르지 않았고, 경기도교육청은 물론 관할 교육청인 용인교육지원청으로부터 특정 감사를 받은 이력도 없다.
A유치원은 교육 프로그램과 교사들에 대한 평판이 좋아 학부모들 사이에선 인기 유치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년 2월에 폐원하겠다는 소식에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학부모들은 특히 유치원측이 제시한 폐원 사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A유치원은 설립자의 며느리인 B원장이 재직중이나, 원장이 폐원 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함에 따라 그의 남편이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했다는 얘기다.
원장의 남편은 '유니원' 알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장의 입원 배경과 가정사를 거론하며 폐원을 위한 학부모들의 이해를 호소했고 버젓이 'A유치원 원장남편 올림'이라고 밝혔다.
원장의 남편이 쓴 글에는 모친의 건강악화 등 가정사와 더불어 "저는 설립자의 아들이며, 원장의 남편입니다. 현재 원장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대신 제가 펜을 들었습니다"라며 "최대한 폐원을 조용히 처리하고 2월 28일까지는 졸업과 수료를 뜻깊게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폐원을 전제한 대비책으로는 "현재 원장은 협력유치원으로 C유치원에서 모든 5세 6세, 상현동에는 D유치원에서 5세 6세 각 20명씩 협력지원을 무추첨으로 우선 지원해주기로 약속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학부모 이모(36‧여)씨는 "그 흔한 설명회 한 번 없이 폐원을 하자는 것도 모자라 원장이 아닌 남편이 나서서 폐원을 알리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유아교육법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정모(46‧여)씨는 "남편의 원장은 학부모들이 수업 도중 교실에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고 호도하고 있는데,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CCTV를 공개하라"며 "가정사 때문이라면, 대행 선생님을 구하면 되고 그것도 어려우면 교육청에서 지원해주면 되지 않나. 폐원을 바탕에 깐 일방적 통보에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원장 남편의 무자격 논란에 대해 용인교육지원청은 유아교육법 위반 여부는 검토해봐야겠지만, 절차상의 분명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장 남편이 폐원을 알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즉시 지도 조치했다"고 말했다.
◇ 유치원측 "답변 어렵다"… 교육청 "의견차 좁혀야"
학부모들은 폐원 반대 시위에 앞서 유치원측에 간담회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모두 묵살됐다고 알렸다.
취재진 역시 유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했으나 "교사들은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교육청은 A유치원의 폐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립유치원 폐원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부모 동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고 원생 전원에 대한 배치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A유치원 폐원에 동의한 학부모는 10여명에 불과하다.
폐원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원장과 설립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청도 중재에 나섰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유치원에서는 폐원 사유에 대해 '가정사'라고만 할 뿐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며 "폐원에 대한 문의만 왔지, 정식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로 학부모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만큼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의 '교육과정 및 방과후 과정 내실화 계획' 지침 상 사립유치원이 학부모 동의 없이 폐원을 강제 추진할 경우 유아교육법을 적용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