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부산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대항전에서 이대성이 한국 남자농구의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9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중국 농구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라운드 레바논과의 홈경기에서 84대71로 크게 이겼다.
부상을 당한 안영준을 대신해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이대성의 공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이대성은 11점 4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올렸다. 하지만 기록지에 나타나지 않은 공헌도가 굉장히 높았다. 수비만으로 관중의 함성을 이끌어내기도 했고 후반에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임무를 해냈다.
라건아와 오세근, 양희종, 김선형, 이정현이 선발 출전한 한국은 1쿼터까지 14대14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초반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레바논 가드가 스크린을 이용한 2대2 공격을 구사할 때 외곽 수비수는 '오버(over)'를 선택해 상대 가드를 압박했고 골밑 수비수는 '헷지(hedge)'를 통해 외곽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경우 빈틈이 생긴다. 골밑으로 빠르게 공이 연결될 경우 실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마다 양희종이 자기 몫을 했다. 예상 패스 경로를 파악하고 과감하게 침투해 1쿼터에만 두 차례 스틸을 해냈다. 레바논 공격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성은 2쿼터 초반 레바논의 수비 코트부터 상대 가드를 강하게 압박해 결국 팀 동료의 스틸을 이끌어내는 발군의 수비로 관중의 큰 함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한국은 2쿼터까지 야투성공률 31.4%에 그쳤다. 특히 페인트존 성공률이 37.5%(16회 시도 6회 성공)에 머물렀다.
210cm의 장신센터 아터 마족의 높이를 의식해 성급하게 던진 슛이 많았다. 라건아마저 고전했다. 2018-2019시즌 KBL에서 시행되고 있는 외국선수 2미터 신장 제한의 여파로 선수들은 최근 마족과 같은 장신 앞에서 슛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3쿼터 초반부터 상황을 반전시켰다. 전반을 27대35로 마친 한국은 3쿼터 첫 4분여동안 레바논의 득점을 2점으로 묶고 16점을 몰아넣어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한국은 추격은 허용해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3쿼터 중반 양희종이 4번째 반칙을 범하자 김상식 감독은 이대성을 투입했다. 이대성은 강력한 외곽 압박과 활동량으로 양희종의 수비 공백을 잘 메웠다. 이대성의 출전 시기는 마침 한국이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타이밍이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마족의 높이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슛을 던졌다. 마족이 수비하는 빅맨은 외곽으로 나와 골밑 공간을 넓혀줬다. 주로 오세근이 그 임무를 맡았고 잘 해냈다. 김선형과 이대성이 과감하게 안으로 파고들었고 라건아는 중거리슛을 연거푸 넣었다.
오세근은 3쿼터 중반 화려한 스텝으로 상대 수비를 속이고 득점 성공 후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 일부 부산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3쿼터를 55대52로 마친 한국은 4쿼터에서 이정현의 외곽포와 이대성, 라건아의 화려한 득점쇼를 앞세워 순식간에 점수차를 두자릿수로 벌렸다.
김상식 감독은 4쿼터 마지막 4분을 남기고 양희종과 이대성을 한꺼번에 투입했다. 레바논에게는 마치 마무리 투수를 만난 것과 같은 압박감이었을 것이다.
라건아는 전반 부진을 딛고 23점 13리바운드로 활약했고 김선형은 14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이정현은 15점을 각각 올렸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라운드 E조에서 7승2패를 기록해 뉴질랜드(7승1패)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내달 2일 같은 장소에서 요르단과 예선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