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나카무라의 키스 해링 사랑은 시작됐다. 과학자 출신인 그는 마흔에 사업에 성공해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서 해링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카무라가 소장한 해링의 작품이 서울 동대문에 왔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지난 24일부터 개최된 전시회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가 초반부터 관람객들이 쏠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카무라의 소장품 175점으로 작품 수로 대규모로 꼽힌다. 해링이 지하철에서 했던 즉흥 드로잉부터, 조각 작품은 물론 그가 죽기 한달 전에 발표한 <블루 프린팅> 등이 총 망라돼 있다.
해링은 금새 유명새를 타면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일약 스타가 됐다. 클러버였던 그는 클럽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작품을 만들고, 유명 아티스트들의 앨범 자켓을 도맡는 등 뉴욕의 진정한 힙스터였다.
에너지 넘쳤던 이 청년은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도전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의 주제도 심오해졌다. 회화 뿐 아니라 조각에도 심취하고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 인간의 내적 불안감, 정치적인 이슈 등을 다뤘다.
지하철 드로잉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꿈꿨던 키스 해링은 유명해진 이후에도 '팝숍'을 열어 자신의 상품을 티셔츠 한장, 열쇠고리 하나로 작품을 공유했다.
이번 전시는 키스 해링이 처음 대중들을 만났던 지하철 작업부터 초창기 드로잉들, 형광색 컬러 프린터를 이용한 클럽 인테리어 장식, 각종 이슈의 관심을 가졌던 해링의 포스터 작업은 물론 에이즈 진단을 받은 뒤에 작업한 '종말'까지 그의 생애가 녹아있다.
방대한 작품 뿐 아니라 해링의 조각품, 생전 영상과 사진들도 곳곳에 전시돼 있어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꽉 찬 전시이다. 전시는 DDP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 전시관에서 내년 3월 17일까지 이어진다.